[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이달 들어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리딩방 초대 문자를 받고 있다. 이전에도 스팸 메시지를 종종 받곤 했지만 최근 들어 횟수가 더 빈번해졌다. 일일이 불법 스팸으로 신고하고 수신 차단한 번호만 수십건이다.
지원금 도착이라는 제목에 혹해 열어보면 “단 10분 꾸준한 투자로 당신의 마이너스 투자 인생을 플러스로 바꿔드립니다”, “레버리지 10배 주식매매 도전해보세요”, ‘단 한 번이라도 손해시 제 사비 드릴게요’, 내일 추천 종목 나갑니다. 직접 눈 확인” 등 현란한 문구들이 눈을 어지럽힌다.
최근 주식시장은 2차전지주가 주도하는 듯하다가 초전도체, 맥신, 양자컴퓨터 등으로 단기간에 테마가 이동했다.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의 주가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이에 따른 투자 피해가 확산되자 금융당국은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한 상황이다.
당국은 투자 종목을 선별해 사고 파는 시기까지 리딩(leading)해준다는 의미의 ‘리딩방’과 ‘부띠끄’로 불리는 사설 투자자문 업체 등이 특정 테마를 만들어내고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하반기 자본시장 제도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오를 주식이 올라가는 건 큰 문제 없지만 불공정거래나 시장교란행위에 관련해서 문제를 삼겠다는 것”이라며 “리딩방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허위 소문을 퍼트리는 경우 적극적으로 특별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하루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법 리딩방 척결을 위해 국가수사본부와 손을 잡았다. 국수본이 파악한 리딩방 신고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1000건 가량이다. 불법 투자설명회 등에 대해 금감원과 국수본이 합동단속반을 운영해 공동 조사·수사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도 내부 시스템을 개편해 테마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테마주 대상 시황 변동 조회공시를 적극 발동하기로 했다. 가수요를 억제하고 주가 급등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지정하는 투자경고종목은 눈에 띄게 급증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에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총 138건(119개 종목)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91건(70개 종목)보다 51.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시장별로는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이 92건으로 가장 많았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해당 종목을 사들일 때 위탁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되기 때문에 외상으로 매입하는 미수거래가 제한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7일 기준 20조6000억원으로 연고점을 경신했다. 증권업계는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일부 테마주 급등락이 지속되는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보증금율 차등 확대, 위탁증거금율 상향, 거래량이 적은 단기 급등 종목에 대한 투자자 유의사항 안내 등 대응에 나섰다. 고객 관심종목 실시간 순위 집계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일부 테마주를 신용거래 불가 종목으로 지정한 증권사도 있다.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주도주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당분간 테마주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지수의 상단이 막혀있고 주도주의 힘이 약해지면서 테마주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수가 정체되는 구간에서 개인투자자의 소형주 거래도 늘어나면서 테마주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뉴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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