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대만 제9대 입법위원(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다양한 블록체인 및 스타트업의 고문으로 활동중인 쉬위런(許毓仁. 45) 전 대만의원이 지난 25일 방한해 블록미디어와 인터뷰를 가졌다.
글로벌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쉬 전 의원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대만을 블록체인의 섬, 가상자산 국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입법원(국회)에 ‘블록체인 연결 및 산업 자율규제 연합(TCBSRO)’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블록체인 관련 산업이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기고 건전한 산업 육성을 위해 대만의 입법 규제를 추진했다.
쉬 전 의원에게 대만의 블록체인 기술, 규제 관련 움직임은 물론 인공지능과 최근 첨예해진 미중 반도체 전쟁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Q. 국회의원 시절 “대만을 블록체인의 섬, 가상자산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들었다.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그렇게 말했지만 (재선되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로 실패다. 하지만 대만의 블록체인은 앞으로도 기술 기반을 강화하고 법적 규제를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가상자산 관련 사건들이 발생한 뒤 암호화폐 업계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별로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법규를 좀 더 명확히 하고 디지털 자산에 대한 입법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웹3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방면에서 애플리케이션의 가능성을 넓혀야 한다. 기술적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직까지 적극적인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규제 측면의 혁신도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투자자는 자연스레 뒤따라 올 것으로 생각한다.
Q.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지?
– 기술적으로 블록체인은 공공 인프라 구축에 적용할 수 있다. 작년에 우리는 암호화폐 업계의 붕괴를 경험했고 그 영향은 컸다. 이제 막 발전해나가던 업계에 매우 명확한 규제적 제도가 필요함을 알게 됐고 상당한 주의와 보안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입법가들이 주동적으로 규제를 마련하는데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상품, 선물, CBDC 등에도 세심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Q. 대만 규제 당국은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업계의 민간 역량이 정부의 변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커뮤니티의 역량이 산업 부문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CBDC나 관련 응용 상품에 대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태도가 필요하다. 이 산업을 밀어줄 것인지 어떻게 할지 방향성을 정할 필요가 있다.
Q. 홍콩의 라이선스 제도가 6월 1일 시작되었다
– 홍콩은 오랫동안 금융의 중심이었다. 이번에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이 바탕에 있고 규제 방면에서 계획하고 빠르게 실행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통풍구가 될 거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Q. 인공지능 기술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대만에서도 직접 챗GPT 같은 대형 언어모델을 개발하는 AI기업이 있나? 아니면 단지 앱 응용 개발 회사 정도인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인공지능 전략이 있다면?
– 대만에서는 대형 언어모델 보다는 앱 응용 개발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컴퓨팅 파워는 미래의 기본 인프라이고 의료, 교통, 교육 등 다양한 방면에 그런 앱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하는 더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날 것이고 혁신이 일어나지 않겠나.
나는 2019년에 인공지능 기본법을 발의했었다. 국가는 인공지능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개발이 누군가에게 편향되거나 불평등을 초래해서는 안되고, 취업 기회를 만들고 윤리적 문제는 없어야 하는 등 고려할 부분이 많다. 국가 마다 인공지능에 대한 견해는 물론 다를 것이다.
Q. 샘 올트먼의 월드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샘 올트먼은 기본소득(UBI)을 주장했다. 나는 과거 올트먼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월드코인은 기본소득을 확장한 것이라고 보는데 잠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모티베이션인데 월드코인은 아직까지 기본 앱이나 사용 사례조차 없다. 이런 게 없는 상태에서 가입해봐야 무슨 사용 사례가 생기겠나. 앞날이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또 다른 불평등을 낳을 수도 있다.
Q. 주제를 바꿔 미중 반도체 전쟁 관련 얘기를 해보자. 대만은 TSMC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 미중 기술 갈등은 기정사실이고 과거의 협력 관계에서 이미 경쟁 관계로 변했다. 이런 변화가 지역 안보에도 영향을 준다. 이 문제는 아태지역과 인도까지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가 첨예한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반도체를 둘러싸고 대만은 두 가지 딜레마를 안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생산량이 가장 많은 국가다. TSMC는 최첨단 반도체 90% 가까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반도체는 대만을 둘러싼 충돌의 주요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은 미국에 국가 안보를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이 무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만과 중국 양국의 무역량은 상당하다. 대만의 2020년 대중국 무역 흑자가 130억 달러에 달한다. 90%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따라서 양측은 상당히 긴밀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코끼리가 싸우는 와중에 대만은 개미같은 상황이다. 대만은 조심스럽게 양측의 균형과 장기적인 생존 기회를 잡기를 원한다. 대만은 미중 양국 관계가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도 알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점차 줄어나가야 한다.
개선의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럴 개연성은 적어 보인다. 개선을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되어야 하는데 양측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계속 상황이 안좋아지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 것이다.
나는 미-중-대만 삼국이 상호 약속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미국은 ‘일국양제’라는 중국의 원칙을 존중하고 중국은 대만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대만도 독립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세 나라는 신뢰의 기초가 생길 것이다.
Q. 단기간 내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을까?
– 시진핑은 2027년 전까지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마무리하라고 인민해방군에 지시했다. 미국의 정보에 따르면 실제로는 2035~2049년이 될 수 있지만 시진핑은 시간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만은 스스로 조심하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시진핑이 대만을 침략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그리 쉽지만은 않다. 우크라이나를 봐라. 러시아는 2021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전쟁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130킬로미터의 대만해협이 가로놓여 있다. 직접 공격이 쉽지 않기 때문에 대만을 봉쇄하려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