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진석 기자]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지난 2021년 6월 취임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 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정부의 재무부 차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지냈다. 그리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를 SEC 위원장석에 앉혔다.
2년 전인 2021년 1월 포브스지 기사를 보면 “게리 겐슬러가 암호화폐 관련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그의 임명이 암호화폐 ETF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강의를 했고 스스로가 ‘암호화폐 낙관론자’라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기 때문에 나온 전망이었다.
하지만 그가 SEC 수장이 된지 2년, 그는 암호화폐 업계의 공공의 적이 됐다.
게리 겐슬러는 지난 2년 동안 수많은 암호화폐 업체와 소송, 협박성 발언, 벌금처리 등으로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두 건의 법적 판결로 최후의 방어선까지 내몰린 모습이다.
30일 나온 미국 워싱턴DC 항소법원의 그레이스케일 관련 소송 판결은 SEC가 그동안 주장해온 ‘암호화폐 ETF가 투자자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을 뒤집었다.
여전히 SEC에게는 항소 카드가 존재하지만, 앞선 리플랩스와의 XRP 관련 토큰 판매의 증권성 판단 등에 대한 논란도 같은 선상에서 법적 판단을 받았다. 현재까지 SEC입장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관할권이 약화될 위험은 충분하다.
블룸버그는 30일에 나온 그레이스케일과 관련한 법원 판결에 대해 SEC에 물었다. SEC는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코멘트만 내놨다.
스텝토&존슨 로펌 소속 코이 개리슨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암호화폐에 대한 SEC의 결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최종 결정권은 SEC가 아닌 법원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SEC에게 남은 선택지는 앞선 것과 다른 방식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니오미 라오 판사는 “그레이스케일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위원회가 유사 상품과의 다른 결정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기에 자의적이고 변적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겐슬러는 지난 2년 동안 사기가 만연한 암호화폐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해야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정당화했다. 그러나 일부 법률가들은 SEC의 이런 행동이 겐슬러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그레이스케일 판결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보는 이유다.
대니얼 트라멜 스태빌 윈스턴&스트로운 로펌 변호사는 “디지털 자산업계에서 동기가 있고 충분한 자원이 있으면 SEC에 도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라면서 “SEC 권한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는 신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