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을 위해 세계에서 소비되는 전기의 양이 빠르게 늘면서 이에 따른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기 관련 학술지 줄(Joule) 최근호에 게재된 알렉스 드브리스의 연구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전기 사용량이 증가한다면, 2019년까지 전세계 태양열 전기 생산량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발적인 비트코인 채굴 전기 사용이 아니라 크립토재킹(Cryptojacking) 등을 통해 컴퓨터가 주인도 모르는 사이 채굴에 동원됨으로써 엄청난 양의 전기를 도둑맞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수많은 회사들의 컴퓨터, 심지어 스타벅스 커피숍 이용자들의 컴퓨터까지 크립토재킹을 당해 비트코인 채굴에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외신들은 최근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남의 컴퓨터와 전기를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한 사례들을 전하고 있다.
러시아의 한 원자력 과학자는 경비가 삼엄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연방 원자력 센터에서 근무하며, 그곳의 슈퍼컴퓨터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다가 체포됐다.
일반 개인용 컴퓨터 수만대 이상의 능력을 가진 슈퍼컴퓨터로 비트코인을 채굴한다는 것은 이 과학자에게 꿈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슈퍼컴퓨터가 지속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것을 수상하게 여긴 관리자의 추적으로 이 과학자의 비트코인 채굴 도둑질은 얼마 못가 꼬리가 밟혔다.
미국에서는 올해 3월 레몬으로 유명한 플로리다주 레몬생산관리국의 IT 책임자가 기관 컴퓨터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다가 붙잡혔다.
그는 적발 당시까지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주민들의 세금 2만달러(한화 약 2150만원) 가량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다가 걸린 러시아와 미국의 공무원 사례보다 사실 이러한 일이 흔하게 일어나는 곳은 대학 캠퍼스라고 한다.
학생들이 대학 내의 컴퓨터와 전기를 이용해 암포화폐를 채굴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만약 적발되는 경우에도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의 경우보다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명문대 하버드에서도 한 학생이 학교 컴퓨터로 도지코인(Dogecoin)을 채굴하다가 학교측에 적발됐다.
이 학생이 채굴한 코인의 규모와 소비한 전기량 등 피해 사실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며, 이 대학 담당자가 해당 학생에게 경고하느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