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华为)가 지난 29일 내수 시장을 겨냥한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모델명 화웨이 ALN-AL00)’ 판매를 시작해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중 통상 갈등의 한 가운데서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화웨이가 독자 설계한 모바일AP를 적용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내놨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제품에는 세계 최초로 위성전화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라는 홍보 문구도 붙었다. 가격은 12GB RAM과 512GB 저장공간을 갖춘 모델이 6999위안(한화 약 128만원)이다.
화웨이 메이트60 프로에는 ‘파이오니어 프로그램(Pioneer Project)’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여기에 들어가는 칩을 누가 만들었냐는 것이었다.
# 화웨이 2019년부터 미국 제재 받아, 누가 칩 만들었나
화웨이는 2019년 5월 16일 미국 정부의 제재 기업 명단에 포함된 이후 포괄적인 기술 봉쇄에 직면했고 2020년 9월 14일 대만의 TSMC는 화웨이에 대한 칩 공급을 완전히 중단했다.
화웨이 메이트60 프로는 화웨이 하이실리콘(海思)이 자체 개발한 기린9000s 칩을 사용하고, 4개의 대형 코어와 4개의 소형 코어를 포함해 총 8개의 코어가 탑재됐다. 주 주파수는 최대 2150MHz이고 GPU 역시 자체 개발한 말룬(Maleoon) 910이 적용됐다.
그렇다면 칩은 누가 제조한 것일까? 중국 선전을 대표하는 전자제품 상업지역인 화창베이(华強北)의 스마트폰 전문 인플루언서는 최근 화웨이 메이트60 프로의 분해 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블록템포의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 메이트60 프로의 CPU 번호는 2035-CN로 확인된다. CN은 중국 본토 생산 원산지를 나타낸다. 과거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TSMC에서 제조한 칩은 TW로 표시되어 있었다.
메이트60 프로에 사용된 기린 9000s 칩은 SMIC(中芯国际)가 제조했다. 중국 네티즌들의 휴대폰 스크린샷에 따르면 기린은 5nm 공정을 사용하는 것 같지만 기술 전문가들은 9000S가 5nm 공정이 아닌 SMIC의 N+2라고 말한다.
# SMIC는 어떤 회사
SMIC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14nm FinFET 공정을 양산할 수 있는 회사로 N+1, N+2 공정 모두 14nm FinFET 공정을 개선해 DUV 노광기를 기반으로 구현하고 있다.(현재 가장 최신 공정에는 EUV 노광기가 필요하다.)
노광기란 반도체나 LCD 제조 과정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것처럼 빛을 쬐어 회로를 그리는 장치를 말한다.
SMIC는 N+1과 N+2가 7nm 공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칩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N+1 프로세스가 7nm LPE(저전력 소비) 공정, N+2 프로세스는 고효율의 7nm LPP에 해당된다고 여긴다.
블록템포는 메이트60 프로의 출시는 SMIC의 N+2 공정이 성숙한 양산 단계로 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다만 업계는 크게 놀라지 않는 반응이다. SMIC는 이미 2년 전부터 N+1의 7nm 칩을 제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SMIC의 초창기 주요 고객은 다름아닌 ‘비트코인 채굴기 생산업체들‘이었다.
# 비트코인 채굴기 업체가 SMIC의 7nm 생산 디딤돌
2022년 7월 해외 유명 ‘리버스엔지니어링’ 분석업체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가 비트코인 채굴기 업체인 미네르바 세미컨덕터(MinerVa Semiconductor)의 비트코인 채굴 전용 칩을 분해해 분석한 결과, 해당 칩은 SMIC가 제조했고 제조 공정은 7nm라는 것이 확인한 바 있다.
미네르바 세미컨덕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칩은 2021년 7월부터 출하를 시작했다. SMIC가 2021년 초 이미 7nm 공정을 양산할 수 있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매체 테크플로우에 “중국의 원스톱 IP 및 맞춤형 칩 선두주자이자 비트코인 채굴기 칩 설계업체이기도 한 이노실리콘(芯东科技)이 SMIC의 N+1 공정의 첫번째 고객이었고 2020년 말 시험 생산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네르바의 채굴 IC 칩은 이노실리콘에 의해 실제 주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신규 공정 초기에는 수율이 매우 낮고 칩 파운드리 업체의 경우 수율을 높이고 다수의 고객도 확보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애플은 TSMC의 5nm 연구개발에 상당한 지원과 협력을 제공했고 그 댓가로 TSMC의 5nm 생산 능력의 50%를 가져갔다.
SMIC는 TSMC 같은 인지도는 없었지만 ‘초저가 버전 애플’이라고 할 수 있는 카나안(Canaan), 이노실리콘 등 비트코인 채굴기 칩 설계 업체를 만났다.
채굴기 칩 업체들은 SMIC에게 주문하고 돈을 대줬고 SMIC가 생산 공정을 훈련하고 수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블록템포는 “채굴기 회사인 카나안의 2021년 회의록에 따르면 카나안은 2019년부터 SMIC와 협력을 시작했다. 두 회사는 14nm 채굴기 칩 단계에서 협력했고 SMIC는 한때 N+1 생산 능력의 95%를 카나안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카나안은 세계 2위권의 비트코인 채굴기 생산업체로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이다.
# TSMC-삼성, 채굴기 업체 주문 거절… 채굴기 업체, SMIC에 손내밀어
채굴기 업체도 당연히 일류 기업으로부터 칩을 사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것은 웨이퍼 파운드리가 주문을 받아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TSMC는 주요 휴대폰 회사들이 줄을 서있기 때문에 수요를 걱정하지 않는다. 당연히 채굴기 회사는 쳐다보지 않을 수도 있다. 채굴기 업계 선두주자인 비트메인은 한때 주문 금액 전부를 선불로 지급하고서야 TSMC의 칩을 받을 수 있었다.
삼성은 그동안 엔비디아, 퀄컴으로부터 대량의 주문을 받았고 2020년 말부터는 블록체인 관련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채굴기 업체도 컴퓨팅 능력이 뛰어난 제품을 내놓기 위해 첨단 공정을 갖춘 파운드리가 필요했고 SMIC에게는 무엇보다 고객이 필요했다. 양측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 채굴기 수백 개 코어 쌓아 병렬로 작동, 수율 오차 커도 괜찮아
일반적으로 수율이 떨어지면 반도체 칩 생산 업체들에겐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채굴 장비 회사에게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채굴 전용 IC는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RAM 용량도 작아 새로 개발된 공정으로 생산에 투입해도 수율은 거의 문제없다.
일반적으로 채굴기 칩은 하나의 칩에 수십, 심지어 수백 개의 코어(core)를 쌓는다. 이들 코어는 병렬로 작동하며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칩은 하나의 유닛이 파손되면 폐기될 수 있는 반면, 채굴 칩은 하나의 코어에만 영향을 미치고 다른 코어는 계속해서 정상적으로 컴퓨팅 성능을 수행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칩 중에서 일부 코어는 손상이 크고 일부 코어는 손상이 작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컴퓨팅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문제도 일반적으로 선별검사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컴퓨팅 성능이 더 강한 칩은 고급형 채굴기에 조립되고 컴퓨팅 파워가 약한 칩은 저가형 채굴기에 조립된다.
한 대의 채굴기에는 수백 개의 칩이 내장되어 있어 한두 개의 칩이 완전히 파손되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채굴기 칩의 수율에서는 비교적 큰 오차도 허용된다.
정리하면 SMIC가 최신 N+1 및 N+2 공정을 테스트하기 위해 고객을 가장 필요로 했을 때 채굴기 업체들이 한발 앞으로 나섰고 그것이 지금 화웨이 메이트60 프로 출시의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한 기업 임원은 채굴기 생산업체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ASIC 칩도 반도체 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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