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올해 증권사들의 신규 부동산 투자가 급격히 줄었음에도 여전히 부동산 익스포져(위험 노출액)가 47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에 만기가 연장되는 등 익스포져가 회수되지 않으면서다.
5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국내외 부동산금융 익스포져는 47조6000억원이다.
3월 말 47조9000억원에서 지난 1년 간 전체 규모에 큰 변화가 있진 않았지만, 올 들어 증권사의 신규 부동산 금융 영업이 사실상 전무했던 점을 감안하면 과거 투자했던 금융산 금융 익스포져가 여전히 회수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시장 회복이 지연되면서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이던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 5조2000억원 중 약 73%가 만기 연장됐다. 브릿지론 대부분이 본 PF로의 전환에 실패했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의 경우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지역 오피스 투자 형태로 구성됐는데, 관련 시장 위축이 지속됨에 따라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이었던 2조6000억원 중 약 90%가 만기 연장됐다.
이예리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한다면 만기 연장 방식이 익스포져 해소에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만기 연장으로 이자 부담 증가와 사업성 하락 등으로 최종 손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잠재 부실 가능 익스포져 약 6조원 중 2026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이 매년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거나 자금 재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확대될 경우 실제 증권사가 부담해야 하는 손실액이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실 감내 능력은 회사별 자산 규모에 따라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형사는 연간 국내 36개 사업장 혹은 해외 17개 사업장이 전액 손상 처리돼도 경상적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미래, NH, 한국투자, 삼성, KB, 하나, 메리츠, 신한 등 8개사를 초대형사로 구분했다.
반면 대형사의 경우 연간 국내 11개 사업장 혹은 해외 5개 이상의 사업장이 전액 손상처리 될 경우, 중소형사는 연간 5개 이상 국내 사업장이 전액 손상 처리될 경우 경상적으로 적자 전환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초대형사의 경우 위탁매매, 전통 기업금융(IB) 등 부동산을 제외한 사업 부문에서 경상적으로 창출하는 수익규모가 많아 손실을 충당할 여력이 충분하다”면서도 “중소형사와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외형을 확대해온 대형사는 감내 가능한 손실 규모가 적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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