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이른바 ‘XX페이’로 대표되는 전자금융업이 자금세탁 범죄의 통로로 활용될 여지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 특성상 비대면 거래와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자금 이동이 이뤄져 추적이 어렵기 때문인데 전자금융업자들의 자금세탁방지(AML) 노력도 미흡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5일 전자금융업권의 자금세탁 위험요인 및 자금세탁방지체계 구축 현황 점검을 위해 주요 전자금융업자 20개사에 대한 서면점검과 5개 대형사에 대한 현장검사 실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은 회사별 자체망을 이용해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이동시키므로 자금의 이동경로 추적이 어렵다. 법령상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보유한도(200만원)와 관계없이 충전과 양도를 반복할 경우 자금이체가 제한 없이 가능하다는 특성도 있다.
또 비대면 거래 방식을 사용함에 따라 정확한 고객정보 확인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자금세탁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확인 결과 전자금융업자가 구매 또는 충전용으로 고객에게 할당하는 가상계좌의 경우 누구나 입금할 수 있고 실제 입금자의 정보를 알 수 없는 특성이 있어 자금세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를 이용해 구매용 가상계좌에 무통장입금을 해 거액의 물품을 구매한 후 다른 사람의 은행계좌로 환불을 받아 실질적인 증여 효과를 낸다거나 사기 피해자들로 하여금 ‘XX머니’ 충전용 가상계좌로 입금을 유도한 후 환급받아 피해금을 가로채는 사기가 벌어질 수 있다.
대표적 자금세탁 수단으로 떠오른 가상자산을 편법적으로 현금화하는 과정에 전자금융업자가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코인 결제대행업체를 끼고 전자금융업자가 제공하는 간편결제로 물품을 구매한 뒤 환불함으로써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수법이다.
이밖에 실제 구매가 없는 자가매출이나 위장가맹점에의 허위매출, 환금성이 높은 상품을 구매한 뒤 현금화하는 방식 등에 전자금융업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전자금융업자들의 자금세탁방지 노력이나 업무 수준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금융업은 2019년 7월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도입됐다.
그러나 금감원 점검·검사 결과 전자금융업자의 경우 IT업체 기반의 업무환경으로 인해 일반 금융업권 대비 자금세탁방지 업무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히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이 낮고 전문인력이나 조직이 부족했다”며 “자금세탁위험평가 및 업무체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전반적인 자금세탁방지 관련 내부통제기능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전자금융업이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될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번 점검 결과 미흡한 사항이 드러난 회사에 대해서는 경영진의 확약서를 제출받아 실질적 개선이 완료될 때까지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이달 중 ‘전자금융업 AML 내부통제 워크숍’도 열어 업계 전반의 자금세탁방지 인식과 업무역량을 높이고 전자금융업에 특화된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확립토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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