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반복되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의 근절을 위해 외국계 증권사들의 자정 노력을 당부했다. 국제 관행과 다른 국내 시장의 규제를 익히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이다. 올해에만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에 100억원이 넘는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위반자 70%는 외국인이다.
아울러 공매도 주문을 수탁하는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점검도 예고했다. 금감원은 향후 조사·검사에서 주문 처리 과정의 적정성을 엄격히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김정태 금감원 공시조사 부원장보는 7일 오후 여의도 본원에서 불법공매도 방지를 위한 외국계 증권사 준법감시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23개 외국계 증권사의 준법감시인들과 금융투자협회 등이 참석했다.
그는 준법감시인들에게 “공매도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부정적이란 상황이란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동일한 유형의 위반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통제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계기가 돼 공매도 위반이 상당 부분 예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상당수 공매도 위반 사례가 착오나 과실에 기인한단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더 이상 공매도 업무에서 발생하는 위반 행위를 실무상의 한계나 불가피한 영업 관행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금감원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한 건 국내 공매도 위반 건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올해 8월까지 불법 공매도에 101억8000만원의 과징금·과태료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한해 23억5000만원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올해 위반자 27명 중 19명에 달하는 70%는 외국인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28명 중 25명이, 2021년엔 14명 중 14명, 2020년엔 4명 중 4명 모두가 외국인이었을 정도로 외국인 비중이 높다.
금감원이 공개한 주요 위반 사례에는 고의적으로 악재성 정보를 이용해 매매차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건도 있다. 국내에서는 주식을 미리 빌려와야 하는 차입 공매도만 합법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이 건에 대해 심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펀드 평가를 위해 무상증자로 받을 예정인 신주를 자체 시스템에 미리 입고 처리하고 매도 가능한 것으로 잘못 인식해 무차입 공매도한 사례도 있다. 이 외국계는 과징금 38억7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자산운용사로부터 펀드의 주식 매도를 주문받았으나 계좌번호를 착오해 다른 펀드에서 매도 주문을 제출해 무차입 공매도를 한 증권사는 과징금 10억6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김정태 부원장보는 “공매도 위반에 따르는 책임을 실무상 착오나 국내 증권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이유로 회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임직원 교육 등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일부 증권사들이 공매도 위반 적발 이후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한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기업 이벤트(주식 병합 등)가 실시되는 날에는 포트폴리오 관리시스템에서 관련 주식의 매매를 차단하도록 하거나, 신주입고·상장일 이전에 내부 잔고 시스템에 먼저 입고할 수 없도록 시스템적으로 정비한 사례가 있다. 또 매도 주문 제출 전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보유 수량을 확인하고 잔고 크로스체크를 강화하는 등 수작업 입력을 유발하는 프로세스를 최소화한 경우도 있다.
아울러 금감원은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향후 조사·검사 과정에서 증권사의 공매도 주문 수탁·처리 과정의 적정성에 대해 엄격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유의사항을 배포할 예정이다.
공매도 위반에서는 수탁자인 국내 증권사의 위반도 적지 않다. 일례로 차입 공매도 주문이 없었단 이유로 위탁자의 매도 주문을 일반 매도로 예단하고 공매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한 건이 있다. 또 위탁자 명의 증권계좌에 대해 증거금 징수 면제로 착오 변경한 상태에서 위탁자가 일반매도 주문을 제출한 결과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김 부원장보는 “공매도 주문 수탁시 공매도와 차입 여부에 대한 소극적 확인 방식에 의존한 결과 공매도 위반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전력자 등 위반 가능성이 높은 주문에 대해선 추가적인 확인 절차를 이행하는 등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참여한 외국계 증권사들도 내부통제 강화 등 자정노력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공매도 위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구제 거래 관행과 규제 차이 등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의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김 부보는 “앞으로도 불공정거래 등 자본시장 현안과 관련해 증권업계와 수시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며 시장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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