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1호 투자계약증권 기대감을 모은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투게더아트가 당국 심사에서 20일 만에 고배를 마신 가운데, 다음 1호 타자로 열매컴퍼니가 나선다.
금융감독원 심사가 녹록지 않음을 확인한 만큼 열매컴퍼니가 투게더아트와 다른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8일 조각투자 업계에 따르면 열매컴퍼니와 서울옥션블루가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제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법무법인 세종의 검토를 마치면 다음주 초 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서울옥션블루는 이달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계약증권이란 주식, 채권 등 정형적인 증권 외 또 다른 형태의 증권으로, 공동사업에 금전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받기로 하는 계약상 권리를 말한다. 국내에서 발행된 사례는 없다.
금융당국은 미술품 조각투자가 투자계약증권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고, 투자 상품을 발행하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달 11일 4개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중 가장 먼저 신고서를 제출한 투게더아트가 돌연 20일 만에 철회신고서를 내면서 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호 투자계약증권의 문턱이 낮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고서 제출 당시부터 투게더아트는 가격 산정의 객관성과 모회사와의 독립성 등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투게더아트는 공모자금 7억9000만원을 조달해 최대주주인 케이옥션으로부터 미국 작가 스탠리 휘트니 작품을 7억2000만원에 취득할 예정이었다. 또 향후 기초자산을 10년 내 처분해 투자자에게 청산 손익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작품을 취득할 곳이 모회사 케이옥션이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모회사에서 취득 가격을 높게 산정할 수 있어 이해 충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들 사이에선 조각투자 업체들이 팔리지 않은 작품을 비싸게 낙찰 받아 투자자들에게 넘긴다는 부정적 인식도 남아있는데, 모회사와의 독립성 문제가 이 같은 의혹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거진 가격 산정 객관성 문제에 금감원은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들을 불러 직원 10명 이상 규모의 감정평가회사로부터 평가를 받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게더아트 상품의 매력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당 가격이 10만원이라 ‘조각투자’ 의미가 퇴색된 측면이 있고, ’10년 내 처분’이라 환금성이 떨어질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계약증권은 현행법상 발행만 가능하고 거래소에서 2차 거래가 불가능하다.
가격 산정의 객관성 문제가 투게더아트만의 문제는 아닌 만큼, 이후 신고서를 제출하는 업체들이 보다 객관적인 가격 산정 프로세스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심사 통과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중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 중인 열매컴퍼니는 ‘선(先) 공모 후(後) 작품 매입’인 투게더아트와 달리 이미 4월 시장에서 매입해 둔 그림에 대해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격 산정에 대해선 직원 300명 이상 규모의 감정평가회사로부터 평가를 받았다.
열매컴퍼니는 제도권 편입 이전부터 책임투자 차원에서 투자에 참여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10~15% 가량을 자회사에서 선매입할 예정이다.
만기는 3년으로 잡되 이미 미술품 가격이 매입 당시 대비 오른 상황인 만큼 연내 빠르게 엑시트하겠다는 계획이다. 목표 발행일은 11월10일이다.
업계에서는 ‘1호 타이틀’을 얻기보다 신중하게 제출할 필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조각투자가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것도, 투자계약증권이 발행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투자자 신뢰를 얻기 위해 첫단추를 잘 끼우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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