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지난 9월 5~6일 양일간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2023이 열린 메인 행사장과 사이드 이벤트 공간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들로 북적였다.
해외에서도 적잖은 프로젝트 관계자와 벤처캐피털이 서울을 찾아왔다. 모두들 지금이 베어마켓이라는 데는 같은 생각이었지만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100 개가 넘는 사이드 이벤트가 열렸고 참석자들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네트워킹하기에 바빴다. 현장엘 가보니 이벤트 주최사 상당수가 해외 업체여서 참석자는 거의 프로젝트 관계자와 인플루언서들이었다.
해외 벤처캐피털(VC)에서 투자역을 맡고 있다는 A씨는 한국 시장을 파악하고 투자할 만한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 서울에 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어떤 프로젝트가 좋으냐”라고 물었고 “한국 VC들은 왜 한국 프로젝트에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중국 VC에서 투자를 담당하는 B씨는 “왜 한국 거래소들은 한국 프로젝트 보다 해외 프로젝트 상장을 더 많이 하느냐”고 물었다. 중국 거래소나 중국계 VC들이 자국 프로젝트를 찾아내고 그들과 어떻게 협력해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반면 국내 프로젝트 업체 임원 C씨는 한국 VC로부터 투자 받는 게 쉽지 않고 네트워킹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투자를 받고 싶지만 한국 VC들은 국내 프로젝트 자체를 거들떠 보지 않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도 했다.
마치 그들만의 서클이 있는 것처럼 ‘한다리 건너 아는’ 정도로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게 너무 어렵다고 했다. 그러니 해외 VC는 언감생심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해 또 다른 업체 임원 D씨는 “VC들이 당장 수익이 될만한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갖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투자할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도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프로젝트 관계자는 물론이고 일반 투자자들과 VC의 정보 격차는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꼬집어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기술과 비전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고 좀 더 긴 안목에서 프로젝트를 성장시키려는 VC는 찾기 힘들고, 프로젝트가 발행한 토큰에 투자하면 얼마나 빨리 엑시트(수익화)할 수 있는 지가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물론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VC들도 수익을 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니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특히 중국계 VC와 거래소들이 자국 프로젝트를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상장까지 도와주고 한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 우리 VC들은 당장의 수익이 나올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그나마 국내 보다는 해외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국내 거래소가 한국 프로젝트를 별로 상장하지 않는 게 의아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중국계 거래소 상장 담당 E씨는 “한국 거래소는 해외에서 급부상한 신규 프로젝트는 곧바로 상장시키면서 정작 신규 상장되는 한국 토큰은 찾기 어려운 것 같다”며 왜 그런지 궁금해 했다.
이에 대해 D씨는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거래소들이 소위 김치코인을 상장해 수수료 재미를 봤지만 지금은 신규 상장은 커녕, 상폐되지 않고 버티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적지 않은 스캠 토큰 때문에 피해자들이 양산된 점도 있고 그에 따른 사법적 리스크와 규제 기관의 따가운 시선이 국내 거래소를 국내 프로젝트 상장을 꺼리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C씨는 “그런 분위기에 동감하지만 지금도 상당수 국내 프로젝트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개발에 전념하고 있고 그 중에는 당연히 양질의 프로젝트가 있다”면서 “유명 VC가 투자하지 않았다고, 눈에 띄는 백커(재정적 후원자)가 없다는 이유로 상장팀이 아무런 피드백조차 안 하는 것은 한국 프로젝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성토했다.
중국계 거래소 상장 담당 E씨는 오히려 “한국 프로젝트 가운데 좋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충분히 검토를 할 수 있으니 소개해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 프로젝트를 소개해달라는 해외 VC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국내 암호화폐 VC와 거래소가 눈앞의 수익만 우선시 하고 국내 프로젝트를 외면하는 일이 계속 되면 국내 크립토 시장이 자칫 해외 VC와 해외 토큰들의 거대한 파티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이드 이벤트의 뒷맛은 별로 개운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