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제동을 걸고 나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선택 폭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잇달아 연령 제한을 두고 판매를 중단하면서 대출을 최대한 받으려는 수요는 점점 더 빠르게 몰리는 상황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7일 기준 5조163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은 7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잇달아 주담대 최장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늘린 바 있다.
이후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7월말 8000억원대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만 2조원 넘게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 손질에 들어가면서 문이 닫히기 전 최대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는 점차 빠르게 몰리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좁아지고 있다. 농협은행은 8월31일 접수를 끝으로 판매를 중단했고, 하나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최장 만기를 40년으로 줄인다. 우리은행은 아직 미정이지만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34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국민은행 역시 당국의 제동에 발맞춰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갈 전망이다.
이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말 기준 680조812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7월말 679조2208억원에서 한 달간 1조5912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증가폭은 5월 1431억원, 6월 6332억원, 7월 9755억원에 이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주담대는 이 같은 가계대출 급증을 견인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8월말 기준 514조9997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7월말 512조8875억원에서 한 달 만에 2조1122억원 급증했다.
증가폭을 보면 5월 6935억원, 6월 1조7245억원, 7월 1조4868억원에 이어 지난달 2조원을 돌파했다. 한 달간 주담대가 2조원 넘게 불어난 것은 지난해 12월(2조3782억원) 이후 올해 들어 처음이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이끄는 주담대의 중심에는 50년 만기 상품이 자리한다. 5대 은행에서만 출시 2달여 만에 5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집값 반등과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가수요가 더 빠르게 몰린 것으로 분석한다.
금리 경쟁력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올 상반기에만 5조원 넘게 늘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5일부터 주담대 만기에 나이 제한을 뒀다. 연령별 최장 만기는 34세 이하 50년, 35~39세 45년, 40세 이상 40년이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주택구입자금 주담대 대상자 조건에서 1~2주택 세대를 제외했다. 세대합산 기준 무주택 세대만 주택구입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은행연합회에 공시한 카카오뱅크의 7월 취급 주담대 평균금리는 4.16%, 케이뱅크는 4.17% 수준이다. 5대 은행은 하나 4.28%, 우리 4.34%, 농협 4.39%, 국민 4.51%, 신한 4.70%로 나타났다.
그동안 나간 대출의 잔액기준으로 보면 시중은행은 우리 4.08%, 신한 4.20%, 하나 4.28%, 농협 4.45%, 국민 4.46% 순으로 높아졌다. 인터넷은행은 카카오뱅크 4.07%, 케이뱅크 4.27%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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