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기대감에 들썩인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규모를 계산해보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상장 심사를 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년간 기각 결정을 지속해온 탓에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 SEC에서 상장 심사가 진행 중인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개다. 최근 SEC가 연이어 심사 기한을 연장하면서 빨라도 내년 1분기에나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트코인 현물·선물 ETF의 가장 큰 차이는 기초자산이다. 현물 ETF가 비트코인을 실제 보유하는 방식이라면 선물 ETF는 비트코인 선물 계약에 투자한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미국에서 지난 2021년 10월 승인된 바 있다. 현물 ETF에 비해 가격 조작이나 변동성 리스크가 낮다는 점을 인정받아서다. 반면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는 과정에서 운용사의 개입 여지가 있다.
SEC가 시세 조종 혹은 현물 ETF 추종 지수 조작 우려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승인을 미루는 사이 캐나다, 유럽은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를 도입한 상태다. 앞선 사례들을 토대로 짐작해보건대 대형 운용사들이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하게 되면 비트코인의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증권 시장에 상장될 경우 유동성 공급이 원활해지는 동시에 접근 가능한 시장이 많아지고 전체 시장 규모(TAM) 확대가 가능하다”며 “선물 ETF의 경우 기존 신탁보다 운용·거래 수수료가 적기에 (현물 ETF가 출시되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 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예측이 분분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리서치센터는 최소 200억달러(약 26조67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전세계 전문 자산운용사들이 관리하는 약 220조 달러 규모의 제도권 자금이 투명하게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통로가 미 증시에 상장된 ETF를 통해 제공된다는 것은 제도권 자금 유입을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캐나다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운용 자산(AUM) 추이를 참조해 미 증시에 출시될 경우 유입될 자금을 유추해본 결과 200억달러 이상이 출시 이후 1년 이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며, 실제로는 다수의 현물 ETF 신청서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 이 예측은 매우 보수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허성필 트리니토(Trinito) 인베스트 헤드는 “미국의 기관투자자 자산 규모는 약 50조 달러로 이 중 일부 자금이 비트코인 ETF를 통해 유입될 수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가 결국 승인된다면 시장은 이를 업계 전반 규제 리스크 완화로 받아들여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재평가 과정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다시 추가 수요로 이어지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난 6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됐다. 과거 블랙록이 ETF 승인을 신청한 576건 중 반려된 건 1건 뿐이다.
그 사이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미 SE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한 것도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신탁을 ETF로 전환하려다가 지난 6월 승인이 거부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미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그레이스케일 손을 들어줬고 SEC는 현물 ETF 상장 여부를 재심사해야 한다. SEC가 선물 ETF를 승인한 상황에서 현물 ETF를 거부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판결의 주된 근거다.
다만 섣부른 기대감은 금물이다. SEC는 최근 10년간 수십건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기각해왔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안 상품에 투자하는 새로운 ETF가 출시될 가능성이 열린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상장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며 기업들의 실제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로 섣부른 기대감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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