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낮은 주주환원율 등에 따른 국내 기업 저평가 문제와 더불어 산업 구조적 변화에서도 원인을 찾았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은 국내 주식 679조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시가총액의 26.1% 비중으로, 2009년 4월(26.0%)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기관 자금이 얼마나 유입되는지는 국내 주식시장, 혹은 기업들이 얼마나 경쟁력을 지녔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다. 여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들이 외국인 패시브 자금 유입에 따른 지수 상승 효과를 기대하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과제로 삼았던 이유다.
연구기관에 따라 수치는 다르지만,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된다면 적지 않은 외국인 투자 자금이 국내주식으로 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또 이번 정부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떠나지 않도록 경쟁력 있는 자본시장을 조성하겠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중대 과제로 삼고 있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국제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를 손보며 ▲깜깜이 배당 개선 ▲자사주 제도 개선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역대 과거에 비춰봤을 때 최저 수준으로 나타난 셈이다.
한 익명의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주식시장 내에서 외국인 비중이 줄어든 통계도 있지만, MSCI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한국 비중을 더 적게 가져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원래 정상적으로 가져가야 되는 것보다 더 안들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가 넘지만, 실제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 비중은 10% 미만으로 집계된다. 다만 국내와 달리 해외는 외국인 등록제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 국가들의 외국인 투자 비중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버는 돈에 비해 주식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건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하나의 원인을 찾긴 어렵겠지만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이 글로벌 기업 대비 낮은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현상이란 설명도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비즈니스를 보면 거의 모든 섹터, 정유화학부터 IT, 반도체, 헬스케어, 음식료 등 거의 모든 섹터의 비중을 다 가지고 있다. 외국인도 각 분야마다 비중을 채워넣었지만, 2010년대를 지나면서 점점 금융이나 성장률이 높은 IT, 플랫폼쪽으로 익스포저를 늘려가면서 외국인들이 가져가는 분야 수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국인 수급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가지수가 크게 오르면서 외국인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나가면서 외국인 이탈이 두드러지기도 했으나, 올해는 추세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3438억원을, 코스닥 시장에서 4143억원을 순매수했다.
또 코로나 이후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분모가 커진 측면도 있다. 2013년 1306조원이던 시가총액은 2019년 말 1723억원으로 서서히 늘었지만, 2020년부터 급격히 불어나 2300~2700조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고 이후 반도체주들 실적 악화,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 등으로 외국인 수급이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회복에 대한 기대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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