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조재완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가 오는 18일부터 국회의원 가상자산(코인) 전수조사에 착수한다고 12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국회가 지난 5월 가상자산 전수조사 결의안을 채택한지 3개월여만이다.
하지만 여야가 전수조사 대상을 국회의원 본인으로 축소하면서 ‘반쪽’ 조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는 당초 본인은 물론 배우자 등 직계 존비속까지 전수조사하고자 개인정보 제공 동의 요청서를 송부했지만 국회가 사실상 가족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하면서 불발됐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자산 특성상 가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수조사의 실효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권익위 전수조사 결과가 부당 행위와 무관하게 가상자산을 많이 보유한 국회의원을 부각시켜 부조리한 정치인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익위가 수사권이 없는 만큼 가상자산을 보유한 국회의원의 거래가 부당하게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워 국회의원의 가상보유액만을 단순히 확인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윤희숙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이) 공분한 이유 중 하나는 자녀를 통해 뇌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인 같은 경우 뇌물과 돈 세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며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가 양쪽 어디에도 없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권익위가 강제 수사권이 없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권익위가 국회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요청한 것도 강제 수사권이 없어 민간 거래소에서 가상자산 거래·보유 현황을 받아 검증하기 어려워서다.
국회의원 본인이 가상자산 거래를 했더라도 국내가 아닌 국외 거래소를 이용했다면 가상자산 거래 내역과 보유 현황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권익위 전수조사가 단순히 가상자산 거래 내역 또는 보유 현황 집계에 그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해충돌 여부를 가리기 보다는 가상자산 거래 내역 또는 보유액이 많다는 이유로 비판대에 오를 가능성도 크다.
앞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가상자산 거래 사실이 있다고 자진신고한 의원은 모두 11명이다.
일부 의원들은 거래 누적 총액이 억대이고, 법안 발의 등 과정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거론된 의원들은 이해충돌을 부인하는 것은 물론 입법 취지에 맞춰 성실하게 신고했다가 부조리한 정치인으로 몰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상대당을 겨냥해 자체 진상조사에 돌입했지만 이해충돌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우자가 제외돼 가상자산 전수조사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여야간에, 원내수석부대표간 협의를 통해서 대상과 범위를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또 여야간 논의를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재산 등록을 매년 초에 하도록 돼 있다. 배우자라든지 직계 존비속도 하게 돼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감안해 이번 조사에서 범위 정한 것으로 안다. 조사상황을 지켜보고, 결과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논의하겠다”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제 첫발을 떼는 거다. 이제 시작하는 거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나 수사라고 보기보다 선언적 의미로 봐야 한다”며 “올해는 본인하고, 내년에는 배우자하고, 또 확대해나가고 그렇게 점차 넓혀가야한다. 처음부터 다 할 수 없다.. 여기까지 여야가 합의해서 동의해온 과정도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또다른 국회 관계자는 “본인만 조사하면 뭐 맹탕이 될 수도 있기는 하다. 차명 거래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부동산 다주택 문제나 투기 문제가 터졌을 때는 가족까지 다 들여다봤다. 이건 본인 하나만 보겠다는거니까 진정성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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