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주가조작시 부당이득의 2배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달 말 입법예고 취소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내년 시행일 1월19일을 맞추기 위해선 이달 중에는 입법예고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불공정거래자에게 부당이익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령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검찰, 법무부 등 관계 부처들이 추가 논의를 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18일 입법예고를 했으나 22일자로 취소, 이달 중 다시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라덕연발 주가 폭락 사태를 계기로 증권범죄자의 부당이익에 대해 과징금을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을 강력 추진해왔다. 형사 처벌뿐 아니라 벌금을 크게 부과해 재범률을 낮추고 처벌 수준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각 기관 수장들도 적극적으로 국회를 설득하고 나서면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관계 부처 간 조율 문제가 생기며 입법예고는 미뤄진 상태다.
우선 검찰의 수사 결과 통보 전에 행정기관인 금융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을지가 하나의 쟁점이 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검찰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 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이후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통보 전이라도 검찰과 별도 협의한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가 바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명시할지 등 구체적인 시행령 문구를 두고 관계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부당이득액을 어떻게 산정할지 그 유형과 기준을 세세하게 정해야 하는 부분도 과제로 남아있다. 자본시장 특성상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득인지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만든 초안에 더해 검찰, 법무부가 세부 기준을 정밀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자본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수 법안들이 다른 이슈들에 밀려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부터 강력히 추진된 이들 법안이 국회 또는 실무 논의 단계에서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도 개선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 여야 간 협치와 정부 부처 간 협의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3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상장사 주요주주·임직원의 주식 ‘먹튀’를 방지하는 ‘내부자 주식거래 사전공시제도’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됐다.
이 법안은 이른바 ‘카카오페이 먹튀’로 불리는 사건 이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발의한 개정안이다. 법안은 임원 또는 주요 주주가 증권을 매매할 때 거래 목적과 가격, 수량, 기간 등을 거래 전 30일 이상 90일 이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까지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지난 6월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에서 법리적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여당 측 의원의 문제제기에 법사위에 계류됐다. 해당 법안은 정무위 통과 당시에도 기업들 부담이 커질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와 충돌하며 통과에 오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법안이 잠들어있는 사이 상장사 주요주주와 임직원이 고점에서 주식을 팔고 나가며 소액주주들에게 손실을 안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4월 라덕연 발 하한가 사태가 터지면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이 주식 폭락 전 지분을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최근엔 초전도체 테마주로 꼽힌 서남 최대주주였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는 주가가 급등했을 때 지분 10.09%를 전략 장내 매각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양방향 소통 채널 개설을 금지하는 내용의 ‘불법리딩방 원천 차단법’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등도 국회 계류 중이다. BDC는 비상장주식, 벤처기업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로, 벤처·스타트업계는 물론 금융투자업계에서도 BDC 도입을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하지만 12일 예정이었던 정무위원회 법안1소위가 전날 돌연 취소되면서 BDC 도입 논의도 미뤄졌다. 불법리딩방 원천 차단법은 지난 6월 정무위 소위원회 통과로 첫발을 뗀 후 깜깜 무소식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고 사건도 많이 터지면서 법안들이 반짝 힘을 받기도 했지만, 여야, 정부 부처 간 불협화음에 지속적인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질서를 위해 제도 개선까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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