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만기 산정 체계를 개선하라고 주문하면서 50년 초장기 상품을 청년층도 이용하기 어렵게 됐다. 은행 자율에 맡긴 기대여명과 은퇴시점 등 판단 기준이 불분명해 취급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은행 자율 채무상환능력 심사에 장기 주담대 취급 시에는 대출상환 전체 기간 중 차주가 충분한 상환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은행 자체적으로 내부기준을 마련해 소득 등 제반 정보를 토대로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하고 이를 대출만기 설정 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은 은행이 대출취급 시점의 소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차주의 기대여명, 은퇴시점 등 상환능력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감안해 대출만기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출 약정만기가 차주의 은퇴시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실제 상환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적정한 대출만기를 설정하도록 했다.
이 같은 지침을 두고 일선 은행들은 초장기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객 개개인의 기대여명과 은퇴시점, 전체 대출기간 중 상환능력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자체적으로 50년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거나 DSR을 제한하면서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은 이달 1일부터, 우리은행은 13일부터 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까지로 줄였다. 앞서 신한은행은 50년 주담대 출시 때부터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한 바 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도 잇달아 50년 판매를 중단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대 청년 직장인이라고 해도 50년이면 70대가 되는데 일반적인 은퇴 시점을 훌쩍 넘긴다”며 “자율적으로 판단해 대출을 내줬다가 이후에 문제가 생기거나 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 입장에서는 여지를 만들지 않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대출기간 내 충분한 상환능력 확인이라는 원칙 하에서 상환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0년을 넘는 만기의 대출이라도, 차주가 대출 전체 기간 중 해당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만기 50년 적용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예시로는 20~30대 청년층과 퇴직연금 등 은퇴 후 소득이 충분히 입증되는 경우를 들었다. 청년층 장기 대출이 막힌다는 지적에 대한 설명이지만, 은행권은 대출 시점에서 명백하게 상환능력을 갖춘 고소득자나 자산가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당국 지침에 맞춘 대출 기준을 만들고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고객 개개인의 기대여명과 은퇴시점, 전체 대출기간 중 소득 등을 판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투기가 아닌 목적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한 청년층이나 신혼부부가 있더라도 미래의 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50년 대출을 내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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