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1년 전 레고랜드 사태 때 고금리로 풀린 예·적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은행들이 재예치를 위해 잇달아 수신금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조달비용 상승으로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증가한 금융사들의 정기예금은 116조원을 상회한다.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은행들은 고금리 수신경쟁에 나선 바 있다. 이 때 모인 예적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은행들은 다시 재예치를 위한 수신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4%를 웃도는 정기예금과 7~8%대 정기적금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상품을 보면 전북은행, SC제일은행, DGB대구은행, Sh수협은행, BNK부산은행, 케이뱅크 등에서 만기 12개월 기준 우대금리 포함 최고 4.15~4.00% 수준의 정기예금을 판매 중이다.
금융사의 수신금리 상승은 조달비용을 키우는 요인이다. 시차를 두고 향후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게 된다.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비용에 수익률을 붙인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한다. 은행 마진이 동일한 경우 조달비용 부분에서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하면 대출금리가 오르게 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1월까지 5%를 넘어선 바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이후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상단이 지난해 말 7% 후반대로 상승한 뒤 올해 초 8%를 돌파하기도 했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최근 다시 7%대로 올라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14일 기준 4.05~7.044%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오름세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062~7.015%로 최고금리가 7%대다. 케이뱅크 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연 4.09~5.94%로 나타났다.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5대 은행이 연 3.91~6.379%, 카카오뱅크 연 4.305~6.803%, 케이뱅크 연 4.26~5.29%다.
가계대출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향후 대출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상환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지난달 1075조원 규모에 달한다. 전월 대비 6조9000억원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증가세로 8월 증가폭은 지난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담대가 견인하고 있다. 8월 주담대는 전월보다 7조원 늘어난 827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상승했다. 8월 증가폭은 지난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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