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최근 일련의 철학자들, 신경과학자들, 컴퓨터과학자들이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진 존재인 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발표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표자 중 한 사람인 뉴욕대 신경과학자 그레이스 린지 박사는 자신이 발표한 내용이 초기 경험론의 요소들을 결합해 기계가 의식을 가졌는지를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의 의식 과학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새 연구에 포함된 반복 처리 이론은 의식적 인지와 무의식적 인지 사이의 차이를 규명한다.
신경과학에 따르면 사람은 시신경에서 1차시각피질로 전기신호가 넘어가고 이후 뇌로 전달되는 것을 무의식적 인지로 분류한다. 이 인지는 뇌에서 다시 1차시각피질로 전기신호가 반환되는 순환과정을 거친다.
뇌의 특정 부위와 관련된 활동을 다루는 이론도 있다. 콩콩이를 신고 걸을 때 균형을 잡는 과정을 관장하는 뇌 부위는 주변을 넒게 인식한다. 모든 정보를 종합해야 하지만 균형을 잘 잡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이 어디에 주목할 지를 결정하는 통제와 조율 담당 “범용 뇌 공간”이 있다고 추정한다. 인간의 의식은 바로 이 통합적이고 역동적인 공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밖에 의식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에서 의식이 생겨날 수도 있다. 세상에 대한 가상 모델을 만들고 미래 경험을 예측해 신체가 어디로 움직여야 할 지를 결정하는 능력이다.
새 보고서는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있어야 의식이 존재하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계에서 이런 특징이 나타나면 기계 의식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학습”하는 심오한 신경망을 가졌다는 점이다. 의식의 요소를 완전히 규명해 낸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에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발표 내용이 의식의 존재를 결정하는 모든 요인을 담고 있지 않음을 인정한다. 의식이란 핀볼게임기계에서 오가는 정보의 조각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계산 기능주의(computational functionalism)”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핀볼게임기는 복잡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의식을 가진 존재다. 그밖에 물리학적, 생물학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의식의 핵심 요인으로 간주하는 다양한 이론들이 있다. 이런 요인들은 기계에 프로그램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아가 계산 기능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도 의식을 충분히 규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 가운데 어느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의 결합이 의식적 경험을 구성하는 것일까?
과학적 주관 경험과 순수 주관 경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이 반복적 처리 과정, 범용 공간, 공간 감각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의식을 가진 존재로 느껴지기엔 부족한 대목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번 연구를 주도한 AI 안전 센터의 로버트 롱 철학자는 “그런 느낌은 고도의 개념을 물리적 현상으로 축소함으로써 과학적인 설명을 시도할 때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공지능의 기계 학습 속도가 인간의 설명 능력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의식이 무엇인 지에 대한 규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이 의식을 가진 존재인 지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다. 그 결과 두족류도 사람과는 다르지만 주관적 경험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문어는 다리 하나에 4000만 개의 뉴런을 가진다.
인간이 아닌 존재의 의식에 대한 연구는 수많은 관찰과 추론, 실험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인간은 대화를 하고 감각을 느끼며 놀고, 가정하고, 찔러보고, 통제하고, X-레이 촬영을 하고 해부도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의식이 무엇인 지를 알지 못한다. 단지 인간이 인간임을 알 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