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을 멈췄다. 하지만 올해 한번 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매파적 동결’이라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금리 고민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는 금리 격차 확대 우려와 함께 긴축 기조 장기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에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골칫거리다.
시장에서는 한은 역시 연준에 맞춰 긴축 기조를 한동안 이어 가며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것으로 본다. 우선 한달 뒤 열리는 10월 금통위에서는 일단 금리를 동결한 후 시장 상황을 관망할 것이란 시각이 높다.
◆美연준 일단 동결……고금리 장기화 시사
연준은 20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금리(3.5%)와의 격차는 2.0%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10차례 연속 금리인상에 돌입했다가 올해 6월 숨고르기에 나선 후 7월 다시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다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매파적 동결이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보고 싶다”며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더 많은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긴축 장기화 기조는 점도표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점도표에서는 올해 말 금리(중간값)는 6월 점도표와 동일한 5.6%로 유지됐다. 올해 남은 기간 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금리로는 3개월 전 전망했던 4.6%에서 5.1%로 높아졌다. 당초 4번이었던 내년 금리 인하 횟수가 2번으로 줄며 금리 수준을 예상보다 더 높게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부진한데…한은의 복잡해진 셈법
결과만 놓고 보면 미 연준이 우선 동결에 나선 만큼 한은도 연준에 맞춰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 간단하다.문제는 11월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데 다 내년 금리 인하 시점도 하반기로 밀렸다는 해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는 사상 최대인 2.2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고, 미 연준의 긴축기조가 한동안 이어진다는 점에서 금리 역전차 장기화에 따른 자본 이탈 우려도 높아진다.
경기 회복세가 더디다는 점에서 한은으로서는 긴축 기조를 이어가기도 부담이다. 고금리에 따라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투자가 제약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일 경제전망을 통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3.0%로 높인 반면 우리나라 전망치는 기존 1.5%를 유지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치도 1.3%에 불과하다.
고금리 장기화는 금융불안정 우려도 높인다. 긴축 기조 유지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가계부채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을 높여 금융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
◆한은, 일단 ‘동결’후 관망…매파 스탠스는 유지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기 보다는 우선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미국의 긴축기조 장기화와 국제유가 불안에 따른 물가, 치솟는 가계부채 등을 거론하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한동안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면서 “미 연준이 주는 불확실성이 금리 동결의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스탠스를 확인한 한은은 10월에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면서 “긴축 효과를 점검하며 대내외 경제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