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미국의 국채 금리 급등 속 뉴욕증시가 21일(현지시각) 사흘째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72.2포인트(1.64%) 후퇴한 4330에 장을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45.14포인트(1.82%) 내린 1만3223.99에 장을 마쳤다. 이로써 나스닥과 S&P500지수는 지난 6월 이후 최저로 밀렸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70.46포인트(1.08%) 급락한 3만4070.42에 장을 마쳤다.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미 장기 금리는 이날 15년여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 10년물 금리는 4.48%로 15년 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통화 정책에 보다 민감한 2년물 금리도 5.19%로 지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LPL 파이낸셜의 아담 턴퀴스트는 이날 국채 금리 움직임에 대해 “시장에 울리는 경고음”이라면서 “치솟은 금리가 확실히 시장의 위험 선호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신규실업 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을 대폭 하회한 것도 긴축 경계심을 자극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1000건으로, 직전주의 22만1000건에서 2만건 줄었다. 4000건 늘어날 것이란 시장 전망(22만5000건)도 크게 하회하며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동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타이트한 상황이 계속되면 임금발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이는 연준이 고금리를 오래 유지할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불과 열흘 앞둔 상황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가 이날 휴회를 선언했다는 소식도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의회는 2024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 이전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연방 정부 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셧다운’이 가동된다. 그러나 현재 여야의 예산안 협상은 재정지출 규모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방 정부의 필수 업무를 제외한 정부의 기능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가 벌어지면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애틀랜타 자산운용사인 글로발트의 토마스 마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미 정부 셧다운 가능성, 국채 금리와 국제 유가 상승, 달러 강세 등이 고금리와 함께 미 경제를 압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에 금리에 민감한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출회했다. 올해 미 증시의 상승을 이끌었던 엔비디아, 테슬라, 알파벳 구글 등의 주가가 각 2% 넘게 빠졌다.
전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마케팅·데이터 자동화 플랫폼 기업 클라비요(종목명:KVYO)는 이날 주가가 3.09% 올랐다.
미국 물류업체 페덱스(FDX)는 비용 절감에 힘입어 월가 예상을 넘어서는 분기 실적을 내놓았고, 이날 주가가 4.5% 상승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러시아가 휘발유와 경유의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는 소식에 장중 배럴당 1달러 가량 오르기도 했으나,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에 따른 수요 우려가 부각되며 소폭 하락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센트 내린 배럴당 89.63달러로 마감됐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23센트 하락한 배럴당 93.30 달러에 마감됐다.
러시아는 이날 내수 시장 안정화를 위해 휘발유와 경유의 수출을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러시아 주도 유라시아경제연합(EEU) 회원국에는 금지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미 달러화는 전날보다는 소폭 하락했으나 6개월래 최고치 근방에 머물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화 지수는 105.33로 전장보다 0.10% 내렸다.
안전 자산인 금 가격은 미 달러화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 속 사흘째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은 0.5% 내린 온스당 1920.10 달러로 거래를 가리켰다. 금 선물 가격은 1.3% 밀린 1940.80달러를 기록했다.
koinw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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