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진석 기자] 금융당국이 현재 운영 중인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대한 사업 현황 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존 VASP 분류에 적시되지 않은 가상자산 예치업도 특금법상 VASP 대상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섰다.
지난 6월 입출금 중단과 뱅크런 등 개인 투자자 손실을 일으킨 델리오가 운용과 예치 등 금융 유사 서비스를 하면서도, 실제로는 가상자산 지갑 사업자로 VASP 신고를 인가받은데 따른 것이다.
현재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2021년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업자(거래소) ▲보관관리업자(수탁,커스터디) ▲지갑 서비스업자 등 3개 사업 업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내 씨파이 부실 사태의 당사자 중 하나인 델리오는 지난 2022년 2월 가상자산 지갑사업자로 VASP를 취득했지만, 이후 ‘VASP 취득 가상자산 금융 핀테크 기업’을 내세워 예치와 운용 등 일종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 델리오는 가상자산 예치와 운용, 렌딩(담보대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하고 있었으나, VASP 지갑 사업자가 되면서 렌딩 서비스는 중단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VASP 분류와 현황 검사에 대한 내부적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금융당국에서 가상자산을 담당했던 한 국장급 관계자는 취재진에 “지갑 사업자로서 자산 운용을 하는 것에 대한 검사 여부 논란이 내부적으로 있었던 걸로 안다”라며 “그래서 사고가 난 이후 FIU가 시차를 두고 검사를 나갔다”고 전했다.
현재 가상자산 업계에서 문제가 된 운용과 예치 등의 검사 권한 여부 문제가 내부적으로 불거졌고, 뒤늦게 VASP 업체에 대한 감독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의 예치 사업에 대한 VASP 대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6일 뉴스1은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이 FIU로 부터 받은 답변을 인용해 “가상자산 예치업자가 가상자산 매도, 매수, 보관, 이전 등 행위를 할 경우 특금법상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FIU가 앞서 “가상자산 예치 및 랜딩(대출) 서비스 등은 특금법 상 신고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홈페이지에 명시한 만큼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FIU가 홈페이지에 밝힌 VASP신고 관련 규정과 매도 매수 행위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예치업의 특성이 배치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의 예치와 운용을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지난 8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이 시행되면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예치 서비스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8월 말 국내 예치 서비스를 중단한 헤이비트의 이충엽 대표는 자신의 SNS에서 “규제 기관과의 면담을 통해 최근 문제가 된 타사 사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전달받았다”라며 당국이 가상자산의 예치-운용업을 용인하지 않는 스탠스임을 암시했다.
한편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법에는 ▲고객 예치금의 예치와 신탁의 의무 ▲고객 가상자산과 동일종목-동일수량 보관 의무 ▲사고에 대비한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의무 ▲ 가상자산 거래 생성-보관 의무 등 4개 조항이 담겨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내년 7월부터 가상자산사업자는 자기 소유 가상자산과 이용자 예치한 가상자산을 분리 보관해야한다. 또 위탁(예치)받은 가상자산 종류와 수량을 현실적으로 보유하고 일정 비율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해야한다.
또 예치금의 고유 재산을 공신력 있는 관리 기관에 예치, 신탁해야한다. 이른바 씨파이 업체들이 해 온 ‘이자 장사’를 위한 예치금의 재예치, 담보 제공 등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시행령은 만들어지지 않아, 구체적인 사업 운영 방법 등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령을 만들면서 당국의 스탠스가 정해질 것”이라며 “현재 시중 은행들이 수탁업체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가상자산 예치에 관심이 매우 많아, 이것도 관심을 둬야한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법에 명시된 것처럼 시중은행이 이른바 ‘공신력 있는 관리 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은행권이 수탁(예치)와 운용을 담당하고 가상자산 시장이 규제의 틀 안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