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따져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코인거래소들이 긴장하고 있다. 내년 10월 예정된 갱신 신고에서 대주주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코인거래소 신고 요건 등을 개편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현재 TF가 중점적으로 살피는 요건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다.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걸러내지 못한 대주주의 불법행위를 이번에는 막겠다는 것이다.

현행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시 코인거래소 대표와 등기 임원에 대한 심사만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실상 코인거래소를 소유하고 통제하는 대주주들이 사기 및 시세조종 사건에 휘말려도 그대로 실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같은 당국의 저격에 코인거래소들은 당황한 눈치다. 현재 원화거래를 지원 중인 대형 거래소 대부분이 대주주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점유율 1,2위를 각각 차지한 업비트와 빗썸 역시 대주주들이 형사 소송에 휘말린 상태라 안심할 수 없다.

이중 빗썸에 대한 압박이 가장 클 전망이다. 현재 빗썸 실소유주이자 대주주인 이정훈 전 의장은 1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2심 관련 재판을 받고있다. 또 다른 빗썸 대주주 강종현 씨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등으로 1심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업자 자격을 갱신하는 심사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점도 거래소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FIU가 내년 10월 예정된 갱신 심사에 대주주 사항을 포함한다면 갱신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관점에서 대주주 결격 사유가 치명적이라고 판단돼 갱신이 불가한 시나리오도 점칠 수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거래소를 비롯한 모든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신고 수리 이후 3년마다 갱신 신고를 해야 한다. 거래소의 경우 지난 2021년 10월 첫 번째로 신고 수리를 마친 업비트를 시작으로 오는 2024년 10월부터 갱신 신고가 이어질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들 역시 이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국내 주요 코인거래소 관계자 A씨는 “회사 입장에서 대주주 내용이 개입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밖에 없다”며 “특히 대주주 리스크가 있던 거래소들은 이번 심사 요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인 사업 종료까지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심사 과정이 이전보다 더욱 강화돼 심사 기간이 길어질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생태계 정화 효과를 기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국내 주요 코인거래소 관계자 B씨는 “기존 금융권에서는 대주주 적격성을 기본적으로 살펴왔다”며 “비즈니스 차원에서 주주 건정성을 신경 쓴다면 업계가 더욱 발전하고 건전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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