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정부의 예금보호한도 상향 논의 결과가 곧 발표되는 가운데, 현재로선 현행 한도 5000만원을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은행 파산 가능성은 극히 낮은 반면, 예금보호한도를 상향하면 오히려 은행 경영 상태가 부실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보내게 돼 최악의 경우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예금보호한도가 증가하면 금융회사들이 납부해야 할 예금보험료가 증가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예보)는 다음달 국회에 예금보호한도 상향 여부에 대한 논의 결과를 최종 보고할 방침이다.
앞서 당국은 예금보험제도 개선 검토를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추진한 바 있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의견이 다양한 만큼 TF를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예보는 해당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국회에 최종 보고할 내용을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예금보호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과 현행안을 유지하는 방안이 시나리오별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예금보호한도 5000만원을 유지하는 방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우선 예금보호한도 상향이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졌고 이에 따른 국내 금융사의 예금보호한도 상향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은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금융사의 대응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증권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새마을금고 자금이탈이 국내 금융시장의 취약점으로 거론되지만, 이 역시 공포심리로 시장이 단기적으로 위축되는 것일 뿐 해당 금융사들이 보유한 실질적인 펀더멘탈은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예금보호한도 상향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켜 금융시장의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결국에는 그만큼 은행 유동성이 악화했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으로 금융사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관련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예금보호한도를 상향하면 금융사(부보 금융사)들이 예금보험공사에 정기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예금보험료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사들이 늘어난 비용을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예금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은행 건전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고금리를 주는 곳으로 자금을 이동하며 위험을 감수하는 자금관리 풍조가 성행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금융학회는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의 예보료 증가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등 여러 부작용의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며 “현재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