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국제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고유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론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치솟는 국제유가가 연내 금리 인상 여부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시장에선 국제유가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지난 20일 국제 원유 가격 벤치마크(기준)인 브렌트유 12개월 후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3달러에서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12개월 후 서부텍사스유(WTI)도 배럴당 88달러에서 95달러로 상향 전망했다.
마크 피셔 MBF클리어링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21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시장이 요동치면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18일 94.43달러에 거래되면서 10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93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6월 이후 약 30% 상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WTI도 같은 날 91.48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이후 반락해 90달러 안팎을 오가고 있다.
이번 유가 상승은 공급 차질 우려와 함께 중국의 견고한 수요가 부추겼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이달 초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올해 연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지난 21일 내수 시장 안정 명목으로 휘발유와 경유 수출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공급 차질과 함께 코로나19 봉쇄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수요가 견고한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유가 상승세는 연료비 상승과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부르고, 잠재적으론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연준은 차입비용을 책정할 때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시장은 제외한다. 하지만 유가 급등은 다른 상품과 서비스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이는 연준이 피하고 싶어 하는 경기 둔화를 동반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데이비드 파이페 아르구스 미디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약간 더 상승시킬 위험이 분명히 있다”며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연준은 지난 20일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매파적 금리 동결’을 했다.
물가 상승 압박이 다소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멀었다는 설명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0일 FOMC 금리 발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중반 이후 어느 정도 완화됐고, 장기적인 상승률 기대는 가계, 기업, 전문가들 조사나 금융시장 지표에서 나타나듯 잘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2%까지 지속해서 낮추는 과정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오는 11월 초와 12월 중순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있으며, 연말까지 유가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이를 금리 인상 여부에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유가 상승, 정부 셧다운,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등 외부 요인을 ‘긴 목록’이라고 표현하며 “이 모든 걸 평가하고 모든 것에 핸디캡을 부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것들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며 이 같은 요인이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함을 보였다.
연준 예상대로 경제가 강세를 보인다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시점은 11월 초로 예정된 다음 회의가 아닌 올해 마지막 회의인 12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마켓워치에 “11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판단할 만큼 많은 정보를 얻진 못할 것”이라며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골드만삭스의 알렉산드라 윌슨-엘리콘도도 “자동차 파업, 셧다운,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가 총체적으로 11월 회의까지 지표에 충격을 주겠지만, 단일한 약세 촉매제는 보이지 않는다”며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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