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한때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갔던 예금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예테크족’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에서도 4%대 예금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고 주요 은행의 예금금리도 4%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죠. 고금리 예금이 1년 만에 다시 돌아오는 분위기입니다.
예금금리가 오르는 것은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 유치한 연 5~7%대 고금리 예적금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만기를 맞아 다시 갈 곳을 찾게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다른 금융사보다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해야겠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은행권(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과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금융권 수신잔액은 96조2504억원 늘었습니다. 통상 은행권 예적금 만기가 1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1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은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채를 통한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자 예금금리를 연 5%대까지 높이며 시중 자금을 끌어모았습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은 시중은행으로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연 7%에 이르는 특판 상품을 출시하며 자금 유치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1년이 지나 만기가 다가오면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권은 자금 재확보를 위해 다시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4%대 턱밑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방은행에서는 연 4%대 예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4.55%로 올랐습니다.
그러나 금리가 올라도 시중은행에서 지난해와 같은 5%대 예금을 다시 보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지난해와 달리 은행채 등 다른 방법으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예적금뿐만 아니라 채권으로도 자금을 조달합니다. 채권 발행이 차질을 빚으면 예적금만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더 유리하다면 무리해서 예금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가 없죠.
게다가 금융당국도 과도한 예금 유치 경쟁을 자제하라고 금융권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고금리 예금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차주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죠.
변동형 대출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예적금 금리 변화를 반영합니다. 이에 지난해 고금리 예적금이 쏟아졌을 때도 여유자금이 풍부한 이들은 유리하지만 대출이 필요한 서민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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