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의 긴축 시그널에 달러 값이 연중 최고지를 갈아치우며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를 견제해야 할 엔화 값은 올 들어 최저점으로 가치가 떨어졌고, 중국 부동산 불확실성에 따른 위안화 약세도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원·달러 1400원대 진입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봤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8원 오른 1349.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장중 한 때 1356.0원을 기록해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계속 오름세다. 7월 중순 만해도 1260원에 불과하던 환율이 1350원 진입에 걸린 기간은 2달에 불과하다. 8월에만 47.2원 치솟았고, 이번 달에는 33.2원 올랐다.
◆美 긴축 장기화 선언…치솟는 달러값
최근 ‘킹달러’는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이유가 크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만장 일치로 금리 동결이 결정됐지만, 파월 의장의 매파적 시그널과 향후 고금리 전망이 문제가 됐다.
회의 직후 공개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중간값)는 5.6%로 나타나며 연내 0.25%포인트 인상이 예고됐고, 내년 금리는 5.1%로 높아졌다. 당초 4번으로 전망됐던 금리 인하 횟수가 2번으로 줄며 긴축 기조 마무리 시점이 내년 상반기에 하반기로 밀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긴축 기조 장기화 우려는 그대로 달러 강세의 도화선이 됐다.
연준 인사들의 연이은 매파적 발언도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재료로 작용했다. 최근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와 미셸 보먼 연준 이사,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가 모두 내년 금리는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미국이 기준금리 7%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4.56%를 기록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주요 6개 통화로 구성된 달러화 지수는 0.21% 상승한 106.17를 기록했다. 2달 전인 7월 31일 달러인덱스는 101.86에 불과했다.
◆힘 못쓰는 원화값…1400원 터치할 수도
이에 반해 원화 값을 떠받칠 재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우선 연준의 긴축 기조는 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 우려에 자본 이탈 가능성을 높이고, 우리 경제 악화에 대한 경계심으로 작용하며 원화 가치를 떨어뜨린다.
중국 부동산 리스크도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 최근 헝다(에버그란데)는 예상보다 악화한 부동산 판매 실적 때문에 주요 해외 채권자 회의를 취소하고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했다. 헝다의 디폴트 위기는 중국 경기에 악재로 작용해 우리 경제의 회복세에 찬물을 뿌릴 수 있다. 원화가 위안화 약세에 동조 현상을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달러 급등에 브레이크를 걸만한 통화가 없다는 점도 달러 강세 전망에 힘을 더한다. 일본은행은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지속하기로 한 상태다. 이 결과 지난 26일 달러·엔은 149엔을 돌파해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달러 강세를 저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의 1400원대 진입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시각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달러를 견제할 만한 통화가 안보인다. 일본 통화정책을 볼 때 한동안 엔화가 힘을 받기도 어렵다”면서 “단기간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1400원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 긴축 불확실성이 높고,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졌다”면서 “1300원대 후반을 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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