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미국이 고금리를 이어가며 연내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보폭을 맞춰 기준금리를 인상할 요인이 커지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확산할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며 연말까지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향후 금리 예상치를 종합한 올해의 점도표 중간값은 5.6%(5.5~5.75%)를 유지했다.
내년과 오는 2025년 점도표 중간값은 지난 FOMC 대비 50bp(1bp=0.01%포인트) 각각 인상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50%로 미국과 역대 최대인 2%포인트 차이를 보인다. 연준의 예고대로 11~12월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양국 금리차는 2.25%포인트로 확대된다.
한미 금리차가 커질수록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출되고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이에 한은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 보폭을 맞춰 정책금리를 높일 요인이 커지지만 부동산PF 리스크가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대출만기 연장으로 연체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부실화가 더 가속할 수 있다.
상반기 말 부동산PF 대출잔액은 총 133조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 대비 1조5000억원 더 늘었다. 2020년 말 92조5000억원이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2021년말 112조9000억원, 2022년말 130조3000억원, 2023년 3월말 131조6000억원 등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체율은 6월말 기준 2.17%이다. 2020년말 0.55%, 2021년말 0.37%이던 부동산PF 연체율은 2022년말 1.19%, 2023년 3월말 2.01% 등으로 급등하고 있다. 업권별로 보면 증권사의 연체율이 6월말 17.28%에 이른다. 2021년말 3.71%에서 2022년말 10.38%로 치솟은 뒤 올해 3월말 15.88%에 이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대출잔액이 6월말 기준 5조5000억원 규모다.
저축은행은 6월말 연체율 4.61%, 대출잔액은 10조원으로 집계됐다. 여신전문금융사는 연체율 3.89%, 대출잔액 26조원이다. 보험은 대출잔액이 43조7000억원으로 전 업권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연체율은 0.73%로 3월말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상호금융은 대출잔액이 4조8000억원으로 전 업권에서 가장 작다. 하지만 연체율은 3월말 0.10%에서 6월말 1.12%로 1.03%포인트 뛰었다. 은행은 6월말 대출잔액이 43조1000억원 규모지만 연체율은 0.23% 수준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증권사와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부실화 우려가 높아진다.
동영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캐피탈 산업 전반적으로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은 고(高)부동산 그룹의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상승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해당 그룹의 수익성 저하폭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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