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제인 기자] “고금리 상황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고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동안은 무시해왔었죠.”
자산관리 회사 어스피리언트의 고객 책임자 샌드 브라가는 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월가는 예상치 못한 고금리에 당황하고 있다.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가 될 것인가.
WSJ은 이번주 나오는 제조업 지표와 금요일의 월간 고용 보고서를 보면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 최대 피해자는 채권
2022년 채권은 역사적으로 끔찍한 한 해를 보냈다. 연준은 일년 내내 금리를 올렸다. 2023년에는 더 나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금까지는 모두 틀렸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6월 말 3.818%에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인 4.6% 이상으로 상승했다.
미국 국채,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모기지채권을 편입하는 ETF(iShares Core US Aggregate ETF)는 올해에도 3%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3년 연속 하락이라는 전례 없는 치욕적 기록이다.
# 빅테크 기술주도 흔들린다
빅 테크 기술주는 올해 ‘매그니피센트 세븐’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으며 급등했다. 인공지능 메타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닷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은 올 봄 한때 주식시장에 르네상스를 가져오는 듯했다. 지금은 다르다.
9월 엔비디아 주가는 12% 하락했고, 애플은 8.9%, 아마존은 7.9% 떨어졌다. 메타만이 상승세를 유지했다.
빅테크 기술주들은 너무 높은 밸류에이션 때문에 손이 나가지 않는다. 애플은 향후 12개월 예상 수익의 약 26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배수는 약 27배다. 10년 평균은 각각 약 18배와 23배입니다.
금리가 이렇게 높으면 고PER 주식은 인기가 없다. 머니마켓펀드나 고수익 예금 계좌에서 안전하게 연 5%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기술주와 같은 위험 자산을 매수할 유인이 줄어든다.
“올해 상반기에 빅7 종목의 엄청난 실적을 생각하면 수학적으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케스트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최고 투자 책임자 카라 머피는 “빅7 중 일부는 그 리더십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 배당주도 인기 하락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6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을 상회하는 배당 수익률을 가진 종목은 30개 미만이다.
지난 10년 금리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S&P 500 지수 내 수 백 개의 주식이 채권 보다 높은 배당을 줬다.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금리가 상승하기 전인 2021년 말에는 국채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지수 구성 종목이 379개에 달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투자자들은 무위험 국채의 수익률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주식은 위험 자산이다.
최근 급락한 배당주 중에는 지난 3개월 동안 각각 37%, 25% 하락한 달러 제너랄과 에스티 로더 등이 있다.
디지털 자산, 비트코인은 이자를 주지 않는다. 배당주 마저 인기가 없는데, 암호화폐는 보유하는 것 자체가 비용 부담을 수반한다. 이더리움은 그나마 스테이킹 이자를 준다. 이더리움 선물 ETF의 등장이 반갑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 소형주 낙폭이 더 크다
올해 소형주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종목 중 하나였다. 러셀 2000 지수는 7월 고점 대비 11%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 500은 6.6%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고금리가 더 오래 유지되면 경기 침체가 시작될 수 있으며, 이때 소규모 투기성 기업의 주가가 더욱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형주들은 대부분의 매출을 국내에서 창출하고 대규모 다국적 기업에 비해 재무제표가 취약하다.
대표적인 소형주 렌트 더 런웨이의 주가는 3분기에 66% 하락했고, 젯블루 항공은 48% 하락했다.
# 달러 강세, 이머징 마켓을 강타하다
고금리는 곧 달러 강세를 뜻한다. 달러가 상승하는 동안 이머징 시장은 침체되고 있다. 달러는 7월 중순 이후 5% 이상 상승했다. 이는 특히 신흥 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통화 가치가 떨어진 국가에서는 달러로 표시된 상품을 구매하거나 달러 표시 부채를 상환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달러 강세)이 전 세계의 성장을 위협하고 금융 취약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3분기에 약 25% 하락했다. 칠레 페소화는 약 10% 떨어졌다. MSCI의 신흥시장 주식 벤치마크 지수는 같은 기간 4.4% 하락했다.
달러는 지난 10주 중 8주 동안 상승하여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금, 비트코인 등 대체 투자 자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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