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조정 관련 관계부처 협의가 길어지면서 결국 기한을 넘겼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정협의도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역대 첫 정치인 출신의 한국전력 신임 사장은 ‘대폭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진행 중인 4분기 전기요금 조정안 검토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인상 여부라든지 시점이라든지 의사결정에 대한 부분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8일 한전으로부터 연료비 조정단가를 ㎾h(킬로와트시) 당 +5원 동결로 제출받은 산업부는 물가당국인 기재부와 요금 조정 검토에 들어갔던 상황이다.
산업부는 한전의 누적 적자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 시기와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재부는 국민 물가 부담 가중 등을 우려하며 맞서고 있다.
당초 지난달 21일까지 결론을 내야했지만 부처 간 입장이 팽팽한데다 추석 연휴까지 겹치며 결국 달을 넘겼다.
이 가운데 한전 역대 첫 정치인 수장인 김동철 사장은 전날(4일) 기자들과 만나 “한전이 너무 어렵다. 전기요금은 지금까지 못 올린 부분을 대폭 올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적어도 이번에) 당초 정부의 기대대로 25.9원 선에서 최대한 올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국정운영 사항에 여러 고려사항이 있는 만큼 정부 측에서 판단하겠지만 원래 정부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지난 2021년에 시행하면서 당초대로 이행한다면 올해 45.3원을 인상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인상분은) 그에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전은 누적적자가 47조원에 달하고 201조원 규모의 부채를 기록한 상태다.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긴 것으로, 이런 상황이면 내년 신규 한전채 발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서 될 문제가 아니다. 계속 사채나 부채로 충당하면 언젠가 차입도 막히게 되는 만큼 (이번 인상을 두고) 결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상 시점은 물론 인상 여부도 불투명하다. 산업부는 세부적인 검토를 통해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검토를 이제 세부적으로 더 해야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공세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당은 이미 수차례 총선 전까지 전기요금을 올리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업부와 기재부 간 협의 이후 예정된 당정협의회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당정협의회가 길어지면 또 다시 지난 2분기 때처럼 전기요금 조정이 무기한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인사였던 전임 사장과 다르게 김 사장은 정치인 출신인만큼 여당 설득에 유리한 점을 많이 갖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사장이 전기요금 조정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요금 관련 의사결정 독립기구 설립과 관련한 기대감도 나온다. 김 사장은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금리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처럼 전기요금도 독립된 기관에서 맡는 것이 국정운영 부담을 덜고 국민 수용성도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 독립적인 기관에서 하도록 정부나 국회쪽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환기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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