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이상한 회사가 더욱 이상한 회사가 됐다.”
FTX를 파산시킨 주범 샘 뱅크먼 프리드(SBF)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전 미국이 세기의 재판이라며 들썩거리고 있다.
“명문대 교수를 부모로 둔 암호화폐 시장의 황태자 SBF가 알고 보니 ‘개념 없는 사기꾼’이었다”는 검찰의 주장이 연일 언론을 달궜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머니볼, 빅쇼트 등을 쓴 작가 마이클 루이스는 FTX 사태 전부터 SBF에 대한 책을 준비 중이었다.
루이스의 책 ‘무한대로(Going Infinite)’는 재판 직전 출간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를 발췌해 게재했다.
# 리플 분실 사건
FTX 거래소의 모태 알라메다 리서치를 창업한 초기, SBF는 알고리즘 트래이딩 봇(bot)을 이용해서 암호화폐 차익거래를 했다. 이때 리플(XRP) 400만 달러를 분실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사건에 빗썸이 등장한다. 2018년 무렵, 잘 알려진 것처럼 SBF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거래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리플-빗썸 분실도 이같은 거래 중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 모델봇은 엉터리
SBF는 전 세계 코인 거래소를 대상으로 24시간 365일 작동하는 모델봇(modelbot)을 운용 중이었다. SBF는 월가의 전통적인 투자회사 ‘제인 스트리트’에서 만난 동료들을 끌어 들였고, 나중에 연인이 된 캐롤라인 엘리슨도 이 때 알라메다에 합류했다.
알라메다의 모델봇은 처음에는 돈을 벌지 못했다. 손실만 냈다. 알라메다 동료들은 SBF가 모델봇을 함부로 돌리지 못하게 했다. SBF는 말을 듣지 않았다. 동료들은 그를 쫓아내야 하나 생각할 정도였다.
SBF는 관리자로서도 엉망이었다. 돈이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잘 몰랐다. 하루에도 25만 번 이상 거래를 했지만 트랜잭션을 완전히 따라가지 못했다. 기록이 없어지기도 했다.
# SBF와 팀원들의 불화
리플 분실 사건도 이때 일어났다. 400만 달러 어치 리플이 없어졌다. SBF는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대했다. 단순히 거래소 간에 알 수 없는 문제 때문에 입금이 지연된다고 생각했다. 동료들은 분통이 터졌다.
팀원들 간에 불화가 심해졌다. 결국 2018년 4월 대부분의 초기 멤버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 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모델봇이 갑자기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다. SBF는 분실했던 리플도 찾아냈다. 크라켄에서 빗썸으로 코인을 전송한 기록이 나온 것.
# 빗썸에 리플 2000만개가 있었다
SBF는 즉시 빗썸에 전화를 걸었다. 세 번 정도 시도 끝에 빗썸과 통화가 이뤄졌다.
“이런 세상에 제기랄(f***)! 리플 2000만 개 보낸 게 너야? 이 새*야, 이제서야 전화를 해?”
(Are you the f—er who sent us like 20 million Ripple tokens? How the f— are you only calling us now?)
빗썸 관계자는 전화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빗썸에서도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많은 리플 코인을 보냈는지 정확히 몰라 애를 태우던 중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크라켄과 빗썸의 프로그램 코딩이 달라 문제가 됐던 것이었다.
이후 SBF는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초기 모델봇의 실패는 천재성으로, 팀원들과의 불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해부족으로, 무개념 트래이딩은 뚝심으로 포장되기 시작했다. 이상한 회사가 더욱 이상해진 것이다.
# SBF의 두 얼굴
루이스의 책은 미국에서도 논란이다. 당초 SBF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 책이 기획됐기 때문이다. 집필 중 FTX가 붕괴하면서 루이스는 책의 방향을 바꿔야 했다.
SBF는 천재 프로그래머, 이타주의자, 진보적 청년 사업가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FTX 붕괴 후 이면에 가려진 그의 방만한 생활, 무개념 등이 속속 드러났다. 리플-빗썸 분실 사건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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