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붕괴한 지 약 11개월이 됐고 FTX의 창립자이자 전 CEO인 샘 뱅크먼-프리드(SBF)에 대한 세기의 재판이 3일 시작됐다.
앞으로 6주간 열리는 재판 기간 동안 검찰은 각종 증언, 내부 문서, 이메일, 수 많은 증거를 바탕으로 FTX의 수장 SBF가 수 십억 달러의 고객 자금을 훔쳤다는 단서를 밝힐 예정이다. 코인데스크는 이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는 검사측이 내세울 증인, 즉 SBF의 절친이자 막역했던 동료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법무부와 유죄 인정에 합의한 SBF의 전 여자친구 캐롤라인 엘리슨과 FTX와 알라메다 운영에 깊숙히 관여한 게리 왕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주말 검찰이 재판 기간 동안 FTX의 전 고객과 전 세계 투자자들을 증인으로 소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 검찰측 증인
# 캐롤라인 엘리슨 : 전 알라메다 CEO, 유죄 인정
가장 주목받는 증인 중 한 명은 SBF에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엘리슨이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그녀는 FTX와 연계된 암호화폐 헤지펀드인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의 전 대표로서 두 회사 간의 관계와 FTX가 보유한 FTT와 관련한 사정을 증언할 예정이다. 게다가 그녀는 SBF의 인연이었기 때문에 사적 관계도 털어놓을 가능성이 있다. 그녀는 FTX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내부자 중 한 명이다.
엘리슨과 SBF는 이전 직장인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딩 회사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2021년 10월 재회했고, SBF는 그녀를 실리콘밸리의 베이 에어리어에 있는 카페에서 자신의 암호화폐 회사에 합류하도록 설득했다.
2022년 12월 FTX가 파산한 직후 유죄 인정 심리에서 엘리슨은 당시 알라메다 리서치가 FTX를 통해 담보 없이 무제한 신용 한도를 제공받았음을 인정했다.
엘리슨은 사기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 인정 계약에 서명했다. FTX와 알라메다의 고객 자금 공유 혐의에 대한 그녀의 진술이 재판의 핵심이 될 수 있다.
# 니샤드 싱 : FTX 엔지니어링 이사, 유죄 인정
니샤드 싱(Nishad Singh)은 알라메다 리서치의 또 다른 초기 멤버였다. 당시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아파트에 본사를 두고 있던 이 트레이딩 회사는 직원이 4명에 불과했다. 싱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SBF 형제들과 친했고 알라메다에서 엔지니어링 이사를 역임했던 시절 바하마에 있는 10인용 럭셔리 펜트하우스에서 SBF와 함께 살았다.
보도에 따르면 싱은 FTX 매칭 엔진의 열쇠를 쥐고 있던 세 사람 중 한 명이다. FTX 매칭 엔진은 거래소의 매수 및 매도 주문 처리를 용이하게 하는 시스템이며, 키 보유자는 원하는 대로 자금을 이동할 수 있었다. 그는 또한 FTX가 알라메다에 고객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엘리슨과 마찬가지로 그도 지난 2월 사기와 공모 등 6건의 형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 게리 왕 : 알라메다 및 FTX 공동 창립자, 유죄 인정
게리 왕은 알라메다 리서치와 FTX의 공동 창립자이자 SBF의 오른팔이다. 게리 왕은 두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으며 FTX의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왕은 개인적으로도 SBF를 잘 알고 지냈는데, 두 사람은 고등학교 때 수학 여름 캠프 파트너였으며 MIT에 다닐 때 룸메이트였다. 그는 또한 SBF가 살았던 바하마 낫소의 펜트하우스의 룸메이트 중 한 명이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알라메다가 FTX의 무제한 신용 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인물이 왕”이라고 언급했다.
2022년 12월 왕과 엘리슨은 FTX 붕괴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공동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 앤드리아 반 더 머위 : 경제학자, 금융 시장 규제 조사
컨설팅 회사인 콤파스 렉스콘(Compass Lexecon)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앤드리아 반 더 머위(Andria van der Merwe)를 복잡한 금융 시장 규제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경제학자로 언급하고 있다. 금융 규제 및 시장 리스크 전문가인 그녀는 SBF와 그 내부 집단이 어떻게 공모해 연방 증권 및 상품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녀는 또한 FTX 붕괴가 더 넓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증언할 가능성이 높다.
# 피터 이스턴 : 노트르담 대학 교수
검찰은 노트르담 대학교의 피터 이스턴(Peter Easton) 교수가 수 십억 달러 규모 암호화폐 제국 FTX의 붕괴를 촉발한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 문제를 포함해 알라메다와 FTX의 재정 상태를 개략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증언은 고객 자금이 어떻게 보관되었는지, 실제 은행 계좌 잔액이 FTX의 내부 원장 잔액과 일치하는 지에 대한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 SBF측 증인
# 토머스 비숍 : 법의학 조사 및 회계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컨설턴트
토머스 비숍(Thomas Bishop)은 법의학 조사 및 회계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컨설턴트다. 법원 서류에는 그가 어떤 증언 정보를 제공할 지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다. 다만 그는 알라메다 재무재표를 비롯한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문서와 기록을 바탕으로 FTX와 알라메다의 재무적 숫자와 지표에 대한 언급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변호인단은 토머스 비숍을 출석시켜 검찰의 논리를 방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브라이언 김: 데이터 분석 및 포렌식 전문가
데이터 분석 및 포렌식 전문가인 브라이언 김은 SBF와 FTX 및 자매사 직원 간의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증언할 것으로 보인다. 법정에 소환될 경우 그는 SBF가 직원들에게 회사의 사기 혐의 증거를 파기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슬랙 데이터 및 구글 문서와 관련된 내용, 메타데이터 및 파일 경로’에 대해 증언할 수 있다.
비숍과 마찬가지로 김도 증언 요청을 받으면 법무부의 증언을 반박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 조셉 핌블리 : 금융 위험 관리 전문가
재무 컨설턴트 조셉 핌블리(Joseph Pimbley)는 재무 위험 관리 전문가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그는 증언을 통해 배심원단에게 FTX의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설명하고, 보고 메커니즘의 견고성 부족, 데이터 무결성 및 코드에 대한 테스트 및 품질 보증 부족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SBF와 같은 문외한이 이런 문제점을 쉽게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논리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은 왕과 싱의 증언을 반박하기 위해 그를 소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앤드류 디 우 : 미시간 대학 금융 및 기술 교수
미시간 대학의 금융 및 기술 교수인 앤드류 디 우(Andrew Di Wu)는 배심원단에게 암호화폐 거래소와 그 이면의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할 예정이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그는 법정 증언에서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 특히 국경 간 운영과 관련된 거래소 특유의 복잡성과 여러 법정화폐 및 암호화폐 거래를 처리하는 데 따른 어려움”을 법원에서 진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은 디 우가 FBI 요원이 검찰에 제공한 증언에 방어하는 입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 대기 중인 증인
지난 9월 29일 현재, SBF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수 임원과 여러 핵심 인사가 공개적으로 지명되지 않았다.
# 샘 트라부코 : 전 알라메다 리서치 공동 CEO
캐롤라인 엘리슨이 알라메다의 단독 CEO로 취임하기 전인 2022년 8월까지 샘 트라부코(Sam Trabucco)는 공동 CEO였다. 작년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사에서 트라부코는 FTX가 고객 자금을 알라메다로 이체한 사실을 알고 있는 임원이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SBF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 댄 프리드버그 : 전 FTX 최고 규제 준수 책임자
다니엘 프리드버그(Daniel Friedberg)는 2020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FTX의 최고 규제 준수 책임자(CCO)를 역임했다. 그는 앞서 온라인 포커 사이트에서 약 20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용되는 스캔들에 연루됐고, 동료에게 사내 컨설턴트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펜윅 앤 웨스트(Fenwick & West LLP)의 파트너로 암호화폐 부문을 이끌다 FTX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11월 연방검찰에 FTX에 대한 세부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그의 이름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SBF 재판에서 “정부 증인으로 부름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 라이언 살라메 : FTX 디지털 마켓 공동 CEO, 유죄 인정
FTX의 바하마 자회사인 FTX 디지털 마켓의 공동 CEO인 라이언 살라메(Ryan Salame)는 올 가을 유죄 인정 계약을 받아들이면서 SBF의 내부 멤버 가운데 네 번째로 유죄를 인정한 임원이 됐다.
기록에 따르면 살라메는 SBF의 지시를 받아 수십 명의 미국 의회 의원에게 수백만 달러 상당의 불법 캠페인 기부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살라메는 SBF가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도왔지만 FTX의 재정적 문제의 심각성이나 FTX 경영진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살라메는 FTX 붕괴와 관련된 문서를 연방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증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전 법원 서류에는 소환될 경우 자기부죄에 반대하는 수정헌법 제5조를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기부죄(self-incrimination)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범죄에 대한 형벌을 받게 될 수도 있는 진술이나 증거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자기부죄에 반대하면 진술거부권(묵비권)과 자백강요금지라는 천부적인 헌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미국 수정헌법 5조에는 “누구든지 형사사건에서 자기의 증인이 되는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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