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1월 금리 인상설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2주(10월19일) 앞서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의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같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나오지만, 부동산 경착륙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및 취약차주의 대출상환 부담 등 금융 불안정이 야기될 수 있는데 경기 회복세를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긴축 ‘깜빡이’…금융시장 ‘요동’
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는 전거래일(1349.3원)보다 14.2원 오른 136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10일 기록한 1377.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 들어 최고점이다.
이날 차익 실현 매물 등의 영향으로 10원 가까이 내리며 상승폭을 반납했지만 여전히 1350원 대로 고공행진이다. 7월 중순만 해도 환율은 1260원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100원 상승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3개월 채 걸리지 않았다.
증권시장도 불안하다. 전날 코스피는 6개월만에 2400선으로 밀렸고, 코스닥은 4% 급락했다.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10년물 국채선물은 사상 첫 하한가를 맛봤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원인으로는 미국의 긴축 장기화 움직임이 꼽힌다.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직후 공개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는 5.6%로 연내 0.25%포인트 인상이 예고됐다.
내년 금리 전망은 5.1%로 높아졌다. 당초 4번으로 예상된 금리 인하 횟수가 2번으로 줄며 긴축 기조 마무리 시점이 내년 하반기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영향으로 미국 국채 10년물은 16년 만에 가장 높은 4.8%로 뛰었다.
연준의 긴축 시사에 한동안 금융시장은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우리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했다”면서 “연말까지 불안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 한미 금리 역전차 확대 우려…물가도 골칫거리
한·미 금리 역전차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은도 기준금리 수준을 높여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은에는 올해 10월 19일과 11월30일 2번의 기회가 남았다.
11월과 12월, 두차례 FOMC를 여는 미 연준이 금리를 한 차례라도 올리게 되면 한·미간 금리 격차는 2.25%포인트로 확대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쫓아 자금이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잡히지 않고 있는 물가도 금리 인상 주장의 근거다.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7% 올라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5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10월부터 물가 오름세가 더뎌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유가가 안정됐을 때 얘기다. 국제유가 급등은 물가를 자극해 주요국의 긴축 정책으로 이어지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달 초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에서 등락 중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긴축 기조를 시사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면서 “(우리나라는) 급격히 올리지는 않더라도 점진적인 인상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금융불안정·부동산 경착륙·경기 부진 우려가 발목
하지만 한은이 선뜻 금리 인상에 나서기 껄끄러운점도 적지 않다. 금융 불안정이 우선 꼽힌다. 8월 은행권 가계부채는 107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상반기 기준 취약차주는 약 300만 명에 달한다.
부동산PF도 문제다. 증권과 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캐피탈 등 비은행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6월 말 기준 121조원에 달한다. 기준금리 인상은 이들의 이자 부담을 높여 금융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1.5%(4월)에서 1.3%로 낮췄고, IMF(국제통화기금)도 1.5%에서 1.4%로 내렸다.
한은으로서는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는 정부와의 엇박자도 골칫거리다. 자칫 금리를 높였다가는 부동산 폭락에 따른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이유로 금리 인상보다는 금리 동결로 분위기를 보면서 매파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한은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의견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이자 증가에 따라 가계 부채 부담액이 늘게 되고,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재산이 쏠린만큼 부담이 크다”면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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