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이더리움 최대 호재로 꼽혔던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후 저조한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인기를 끈 비트코인 선물 ETF와 달리 기관 수요가 부족한 탓으로 풀이된다. 내년 1분기 승인이 점쳐지는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도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출시된 이더리움 선물 ETF 9종의 첫 날 거래량은 모두 200만달러(27억원) 미만을 기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발키리와 반에크, 프로셰어스 등이 선보인 주요 이더리움 선물 ETF 4종의 거래대금을 전부 합쳐도 232만달러(31억원) 수준에 머문다.
이는 2년 앞서 출시된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량의 500분의 1 수준이다. 지난 2021년 10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프로셰어스의 비트코인 선물 ETF 비토(BITO)는 첫날 거래량 10억달러(1조3488억원)를 넘긴 바 있다. 비토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과 연계된 상품으로, 사상 첫 비트코인 선물 ETF다.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한 배경은 기관 매수세에 있다. 하반기 내내 이어진 횡보장에 따라 이더리움 수요 자체가 마른 상황이라 ETF 출시에도 기관들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비트코인 선물 ETF가 출시됐을 당시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7600만원에 이를 정도로 호황장이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보다 두 배 넘는 수치다.
글로벌 가상자산 리서치업체 K33의 베틀 룬데 애널리스트는 “이더리움 선물 ETF의 초기 거래량이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량에 근접하지 못할 것을 예상했지만, 기대보다 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이더리움 선물 ETF에 대한 기관 수요가 부족한 것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 매수 압력을 발생시키려면 (이더리움에 대한) 수요가 상당해야 하는데, 현재 이더리움은 그렇지 않다”며 “유의미한 단기 가격 촉매제가 부족한 상황이라 횡보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르면 3개월 후 출시될 비트코인 현물 ETF도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의 중심추가 현물 기반 ETF에 쏠린 상황이라 선물 기반 ETF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식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가상자산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이미 이더리움 선물 신탁(ETHE)을 현물 ETF로 전환하는 것을 신청한 상태다. ETHE는 운용 자산이 50억달러(6조7450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이더리움 투자 상품이다.
ETF 리서치업체 베타파이의 록산나 이슬람 부책임자는 “투자자들은 이더리움 현물 ETF와 비트코인 현물 ETF에 주목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 현물 ETF가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내년 1분기 승인될 경우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도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정부 셧다운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 결정 기한을 내년 1월 15일로 미뤘다.
한편 이번 부진에 따라 이더리움 하락세도 길어지고 있다. 실망 매물이 쏟아진 탓으로 보인다. 6일 오후 2시 30분 코인마켓캡 기준 이더리움은 전주 대비 2.14% 빠진 21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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