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작년 11월 FTX 거래소가 붕괴한 뒤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회의론과 의구심이 확산하면서 이곳에 두터운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6일 보도했다.
피치북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19일 현재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총 투자액은 약 73억 달러까지 떨어져 2021년과 2022년 연간 거래 총액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물론 암호화폐 가격 보다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없다. 비트코인의 경우 올들어 약 60% 반등하면서 27,000달러까지 회복했지만 이는 2021년 11월의 최고치인 69,000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때 약 3조 달러 규모에 달했던 전체 시장 규모 역시 현재 약 1조 달러 초반 대에 머물고 있다.
블룸버그는 “거래가 말랐고 대체불가능토큰(NFT)처럼 한때 인기를 끌었던 영역은 이제 디지털 튤립으로 비판받고 있다”고 전했다. 댑겜블(dappGambl)는 73,000개 이상의 NFT 컬렉션 가운데 약 95%가 본질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한 NFT의 주간 거래량은 지난 7월 약 8000만 달러였으나 이는 2021년 8월 최고치의 3%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NBA 탑샷(Top Shot) 가운데 일부는 2021년 해당 2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지만 현재 수 백 개의 매물이 단돈 1달러에 나온 상태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 업계의 일자리도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벨리오 랩스(Revelio Labs)가 35개 대기업의 수치를 기반으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암호화폐 산업 인력은 2022년 초 18% 이상 증가했으나 이후 계속 줄어들면서 최근에도 5% 이상 줄고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헤지펀드 스트릭스 리바어던(Strix Leviathan)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니코 코르데이로는 현재 상황에 대해 “솔직히 비참한 일”이라며 “시장 여건 때문에 수익이 최소화되고 있고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이 영역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일종의 생존 모드에 있다”면서 “자본이 다시 이 영역으로 돌아올 때까지 버티며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릭스 리바이던은 파산한 FTX 거래소에 프라임 브로커를 통해 투자한 자금이 묶여 있다. 바이낸스마저도 규제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전한 곳이 없다는 판단 하에 리바이던은 무기한 암호화폐 선물 거래를 중단했다.
FTX 붕괴와 작년부터 이어진 암호화폐 약세장으로 인해 각종 소송과 여러 사건마저 첩첩이 쌓인 상태다. FTX 사태만으로도 제네시스 글로벌, 첼시 네트워크, 보이저 디지털, 쓰리 애로우 캐피털, 블록파이가 파산 또는 청산 등의 법적 절차에 휘말렸다.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사법 조치에 휩싸였고 FTX를 붕괴시킨 당사자인 샘 뱅크먼-프리드(SBF)는 지난 3일부터 6주간의 재판에 돌입했다. 그의 부모 역시 FTX로부터 받은 돈을 돌려받으려는 소송에 직면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 시장에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조지타운 대학 금융 부문 교수인 리나 아그라왈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레이스케일이 GBT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전환을 막으려는 SE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기고, 리플도 SEC와의 소송에서 상당한 승리를 거둔 점은 그나마 낙관론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SEC는 암호화폐를 서부 개척시대처럼 여기고 규제해야 한다면서 사법 조치를 감행해왔으나 법원은 이를 거부했다”고 언급하고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업계에 새생명을 선사했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세간의 이목은 FTX를 파산시킨 SBF의 재판에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해온 캐나다의 이더 캐피털(Ether Capita) CEO 브라이언 모소프는 “여기서 희망적인 부분은 FTX 이전의 디지털 자산 산업과 이후의 디지털 자산 산업이 있다고 생각할 때, 이를 기점으로 이 산업이 제도화되고 신뢰할 수 있고 규제되는 지표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블랙록, 피델리티, 프랭클린 템플턴 등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최종 승인을 기대하고 있으며 월스트리트 기업도 블록체인 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지만, 반대로 계곡이 깊으면 산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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