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FTX를 파산시킨 장본인 샘 뱅크먼 프리드(SBF)에 대한 재판이 초반부터 뜨겁다. SBF와 대학 룸메이트였고, FTX를 공동으로 창업한 개리 왕이 지난주 증언대에 섰다.
왕은 SBF가 고객 자금 유용 등 사태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며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 이번주에는 SBF와 연인 관계였던 캐롤라인 엘리슨이 법정 증언을 할 예정이다.
엘리슨은 FTX의 모태이며 투자 부문을 담당했던 알라메다 CEO였다. 알라메다와 FTX 사이에는 특별한 계정이 하나 있었다. 아무리 투자 손실을 입었어도 마진콜을 당하지 않고, 회계 장부에도 남지 않는다. FTX는 해당 계좌에 거의 무제한으로 돈을 빌려줬다. 고객 돈을 빼돌린 것이다.
이와 똑같은 특권을 받는 계좌가 더 있었다. 코리안 어카운트다.
# 한국 친구, 이상한 한국 친구 : 코리안 어카운트
SBF는 FTX를 창업하기 전 알라메다 시절부터 김치 프리미엄으로 돈을 벌었다. 모델봇(modelbot)이라는 알고리즘 트래이딩 봇이 전 세계 거래소를 대상으로 차익거래를 했다.
SBF 자신이 어디에, 얼마나 코인을 매매했는지 다 모를 정도였다. 심지어 빗썸으로 보낸 리플(XRP) 400만 달러를 분실하는 사고까지 있었다.
SBF와 한국과의 인연은 재판 기록에도 나온다. 지난해 상품선물거래소(CFTC)가 SBF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낸 법원 서류에는 이른바 ‘한국 계정(Korean account)’이 등장한다.
이 계정은 알라메다와 마찬가지로 특별 대우를 받았다. 80억 달러의 손실을 이 계정에 숨겼다는 것이 CFTC의 주장이다.
# 실존 인물인가, 암호인가?
코리안 어카운트는 알라메다의 서브 계정으로 추정된다. 왕의 증언에서도 이 계좌가 나오지만, SBF가 손실을 숨기는 용도로 썼다고만 돼 있다.
알라메다 쪽으로 FTX 고객 돈을 빼돌릴 때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암호처럼 “코리안 어카운트를 이용해, 한국 친구 계좌를 써” 라고 얘기했다는 것. 실존 인물이 개설한 계좌가 아니라 자금 횡령을 위해 임의로 만든 가짜 계좌라는 의미다.
그러나 FTX 거래소의 프로그래머 니샤드 싱에 대한 블룸버그 기사와 SBF와 한국 사이의 인연을 놓고 보면 ‘한국 조력자’가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한국 KYC, BD 비용
지난해 12월 블룸버그는 니샤드 싱 명의의 깃허브(GitHub)와 내부 문서를 바탕으로 추적 기사를 냈다. 싱은 SBF의 지시를 받아 ‘특혜 계정’을 위한 코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알라메다와 코리안 어카운트가 손실을 입어도 반대 매매를 하지 당하지 않도록 조작하는 코딩이다.
이때 깃허브에 남겨진 코드 주석에는 ‘Korea KYC’, ‘BD expenses accounts : Korea expenses’ 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KYC는 고객확인 절차를, BD는 사업개발을 뜻한다. 다시 말해 한국 고객에 대한 KYC를 진행했고, 한국과 관련 모종의 역할을 한 누군가에게 비용을 지불했다는 얘기다.
# FTX 빗썸 인수하려 했다
FTX 파산 문서에는 ‘한남 그룹(Hannam Group)‘이라는 한국 법인이 등장한다. 블록미디어는 이 회사의 서울 주소지를 파악해 보도한 바 있다.
FTX는 파산 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벌이기도 했다. 빗썸 고위 관계자도 블록미디어에 FTX와 거래를 위한 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한남그룹이 빗썸 인수를 포함한 한국 내 사업 확장을 위해 설립된 것인지, 그 한남 명의의 계좌가 문제의 코리안 어카운트인지는 현재로써는 불분명하다.
# FTX의 한국 고객들은?
만약 한남이 사실상 FTX의 국내 자회사였고, 한남을 통해 SBF가 실제로 어떤 거래를 했다면, 잔여 재산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FTX와 거래를 한 대다수 한국 투자자들은 자금을 되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코리안 어카운트가 실존하는 것이고, 그 계좌 관리자가 한국인이라면 국내에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 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하루인베스트, 델리오 사건에서도 FTX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투자 건이 등장한다. 두 회사의 파산이 지난해 봄 테라-루나 붕괴 당시 FTX를 통한 투자 손실과 관련이 있다는 것.
이때 하루와 델리오의 자금을 받아 투자를 대신했던 투자사가 코리안 어카운트와 연결되는 것인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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