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하은 인턴 기자 =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선두 주자인 하비에르 밀레이가 이달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peso)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폐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급진적 우파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가 오는 22일에 있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자,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가 폭락했다.
아르헨티나의 공식 환율은 지난 8월 이후 달러당 365페소(약 1400원)로 고정됐다. 하지만 국민들이 저축한 돈을 달러로 바꾸기 위해 이용하는 암시장 환전소의 호가는 9일 달러당 945페소(약 3600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6일보다 7.4% 오른 것이다.
밀레이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페소화를 폐기하고, 달러화로 아르헨티나 경제를 운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페소화로 투자하는 금융 상품에 돈을 두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페소는 아무 가치가 없다”며 “페소는 아르헨티나 정치인들이 만든 화폐이기 때문에 배설물보다 가치가 없으며, 거름으로도 쓰지 못할 쓰레기다”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8월 연간 인플레이션 124%를 기록하며 20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페소화는 지난 1년 동안 환율 시장에서 달러 대비 가치가 이미 71%나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페소화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 수십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병행 환율 시장(비공식 시장)에 쏟아부었고, 지난 9월에는 약 10억 달러를 투입했다.
밀레이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페소화 가치 폭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밀레이가 소속된 ‘자유전진당(Libertad Avanza)’이 선두를 달리고 있고, 여당인 중도좌파 ‘페론주의 연정’과 중도우파 야당인 ‘준토스 포르 엘 캄비오’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아밀카 콜란테 라플라타국립대 경제학자는 “만약 ‘선거 후 달러화할 것이니 페소를 없애라’고 밀레이가 말하는 것을 국민들이 계속 들으면 달러 수요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소화를 폐기하는 것은 밀레이에게 선거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시장 전망에는 매우 해로운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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