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에 투자자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 중동 전쟁으로 확전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시장은 완벽하게 논리적으로 대응했다.
유가는 초기 3%가량 상승했고, 금 현물 가격은 1.1% 올랐다. 국채 선물은 상승해 수익률이 낮아졌다.
뉴욕 증시는 초반 하락할 것으로 보였지만, 이스라엘군이 하마스가 통제하는 여러 도시를 탈환하면서 오후 반등했다. S&P500 지수는 0.63% 상승했으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은 각 0.59%와 0.39% 올랐다.
WSJ은 “수백만 명이 재앙에 직면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잔인한 진실이지만, 대학살은 미국 노동부 고용 지표 발표보다 시장에 덜 중요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CNBC의 ‘매드머니’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시장은 주식, 주식은 기업, 기업은 전망에 관한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없다면 이러한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동 분쟁에 둔감해진 것인지,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에 더 주목하고 있다며, 주가 상승은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의 이날 “추가 금리 인상 여부 결정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한 발언 영향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슬픔이 더 큰 슬픔을 낳는 상황이지만, 그 자체론 매도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월가가 실적발표 기간을 앞두고 제퍼슨 부의장 발언과 기업 이익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은 이란으로 확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후로 의심되는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다.
이 경우 이란이 최근 미국과 긴장 완화로 하루 약 50만 배럴 원유 증산해 유가 하락에 기여했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00만 배럴 감소할 때마다 유가가 1달러씩 상승할 것으로 추산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에도 영향을 미쳐, 미국-사우디 군사 협정 논의에 따른 유가 상승 억제 노력이 방해받을 수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충돌할 경우 유가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현재까지 유의미한 행동을 하진 않지만, 이스라엘 전면 공격에 나설 경우 대대적인 국경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이란이 이라크 유조선 운항을 방해해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데이터트렉 리서치 공동 설립자인 니콜라스 콜라스는 이날 “하마스의 공격에 이란이 역할 했다는 사실을 이스라엘이 알게 되면 군사적으로 보복할 수 있다”며 “최소한 이란과 서방 간 관계 개선은 보류되고, 이는 석유 공급 증가를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만큼, 1차 석유파동을 야기한 1973년 4차 중동전쟁처럼 석유 금수 조치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투자 위험 관리업체 악시오마의 아태지역 연구 책임자 올리비에 다시에는 “분쟁이 확대될 경우 급격한 시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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