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환율이 하루에 10원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330원 대였던 원·달러는 사흘만에 1360원대로 치솟아 연고점을 갈아치우더니 다시 1330원대로 복귀하는데 걸린 기간은 나흘에 불과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과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우려는 달러 강세로 이어졌지만, 중동 전쟁 확대 가능성이 줄어든데 다,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들의 연이은 통화 완화 발언은 그대로 원·달러를 ‘뚝’ 떨어뜨렸다.
시장에서는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까지 미국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원·달러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다가 본격적인 내림세는 내년 금리 하락 기대감이 반영되는 연말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 이·팔 분쟁 확전 우려↓… 美 연준인사의 비둘기 발언
달러는 미국의 긴축 기조 경계심에 가파르게 상승세를 탔다. 지난달 말 열린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직후 공개된 점도표에서는 연내 1차례 금리 인상이 전망되고, 내년 금리 인회 횟수는 당초 4번에서 2번으로 줄어들며 고금리가 장기화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여기에 아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등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현상도 반영됐다. 이달 초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884%까지 치솟았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도 107.35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의 중동 전쟁 확산 가능성과 낮아진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는 그대로 달러 가치를 다시 끌어내렸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배후로 지목되던 이란은 최근 “팔레스타인을 확고히 지지하지만 팔레스타인의 이번 대응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하며 개입설에 선을 그은 상태다.
최근 미 연준 인사들도 연이어 통화 완화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와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에 이어 최근에는 다니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가 장기금리 상승 등에 경제가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며 추가 인상이 필요 없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 결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1일 다시 4.644%까지 낮아졌고, 달러인덱스도 전날 오후 105.7 수준으로 내려왔다.
◆경상수지 연속 ‘흑자’…밝아진 제조업 경기 전망
최근 원·달러 하락세에는 원화값 강세도 힘을 보탰다. 전날 오전 발표된 8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흑자폭이 확대됐다. 경상수지 흑자는 달러 유입으로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원화 값을 높인다.
삼성전자가 3분기 2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하면서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제조업 경기 회복 기대감에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98%, 2.78% 상승하며 외국인의 증시 유입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 불씨가 여전한 만큼 원·달러 하락세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미 연준의 금리 결정 기준이 되는 경제 지표 발표와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원·달러의 변곡점으로는 11월 미국 FOMC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한차례 금리 인상 이후 금리 인상 종결과 내년부터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한동안은 130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보이다가 연말에는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며 1200원대 중후반으로 내릴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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