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과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금액 사이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모집되는 자금도 감소한다.
비트코인은 2022년 11월 최저치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투자 시장에 조달되는 자금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통상 벤처 캐피털(VC)은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하고 미래지향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장의 리더로 여겨진다. 그런데 왜 그들은 시장의 전반적인 트렌드를 세팅하기 보다는 추세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일까?
지금 시장은 소폭 개선되는 조짐이 있지만 VC의 투자 규모는 2018~2019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들은 정말 우리 같은 일반 투자자들이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 지금처럼 밸류에이션이 낮을 때 그들은 ‘저점 매수’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포사이트 뉴스는 일부 벤처 캐피털리스트와 최근 자금을 지원받은 디파이(DeFi) 프로젝트 창립자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는 폴리곤 벤처스의 사치 카미야, TRGC의 에티엔 및 익명의 엔젤투자자(아논) 등이 참여했다. 캐디(Caddi) 창립자 자이민(Jaimin)은 디파이 빌더 관점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 상황이 얼마나 안 좋나
코인카프(CoinCarp)의 차트는 좀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2023년 암호화폐 시장의 총 투자금은 1,053건에 186억 달러 규모다. 이는 최소 2020년보다는 낫다.
그러나 여기에는 무려 65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스트라이프(Stripe)와 같은 웹2 투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런 투자를 빼고 나면 순수한 블록체인과 웹3 관련 투자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디파이만 놓고 보면 올해 총 175건에 걸쳐 총 7억 7900만 달러의 투자가 이뤄져 건당 평균 445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41건에 총 35억 6000만 달러, 건당 평균 1000만 달러였던 것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자금 조달이 더욱 빡빡해졌고 라운드당 평균 투자 금액도 55% 이상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불행하게도 디파이 영역은 NFT 바로 다음으로 실적이 안좋은 부문이다. 지난 1년 동안 디파이 프로토콜은 11억 4000만 달러를 모으는 데 그쳐 중앙화 금융(CeFi) 스타트업의 20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자세히 살펴보면 탈중앙화 거래소(DEX)가 디파이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DEX 파이낸싱이 전체 디파이 파이낸싱의 38%를 차지했다.
자금 사정으로 인해 많은 암호화폐 회사들이 감원 중이고 지난 주에는 유가랩스, 렛저, 체인애널리시스(Chainanalysis)가 대규모 해고를 발표했다.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자본을 조달한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가 여전히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아직 암호화폐와 디파이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블록체인 캐피털(Blockchain Capital)은 최근 디파이, 게임 및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5억 8000만 달러를 모집했다.
디파이 빌더의 관점에서 현재 금융 시장에 대해 묻자 자이민(Jaimin)은 “시장이 안좋은 것은 거시 경제 환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폴리곤 벤처스의 사치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암호화폐 벤처 캐피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고, 부정적인 분위기 때문에 비교적 소수의 초기 프로젝트만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논은 “강세장에서 조달한 금액의 10%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수치도 내놨다.
에티엔은 과거 약세장과 다른 점으로 “2019년에는 관망하고 있는 자금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저 관망중인 자금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이것이 바로 시장에 여전히 기회가 있는 이유로도 여겨진다. 아논, 에티엔, 사치는 지금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프로젝트의 가치 평가가 더 이상 강세장 때처럼 미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치는 “투자자들은 각 프로젝트에 대해 시간을 들여 실사를 수행하는 데 VC가 주목하는 것은 사용자 지표와 실제 채택 여부”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지표가 초기 단계 프로젝트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자이민은 “투자자들은 수익, 사용자, TVL, 거래량 등에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원한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은 매우 어렵다. 신규 인원의 유입이 적고, 변동성은 낮고, 가격도 저조하고, 분위기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비전만 팔아서는 투자를 받기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치는 “현재의 투자는 유의미하다고 본다. 이들 프로젝트 중 일부는 다음 주기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낙관적인 결론을 내비쳤다.
# 토큰 발행 공정한가? 질문에… 인터뷰 응한 VC도 “NO”라고 답해
암호화폐 업계에는 VC에 대한 불신, 적대감, 부정적 분위기가 적지 않다. 주된 이유는 분명하다. 기관 투자자들이 개인 투자자에게 언제든 토큰을 덤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알갓(Algod)의 이야기를 인용해보자. 알갓은 X(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최고의 프로젝트는 벤처캐피털 없이 공정하게 런칭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VC 없이 런칭된 프로젝트 뒤에 있는 커뮤니티는 더욱 강력할 것이다.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가치 평가로 유동성을 종료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또 다른 글에서 그는 “2021년과 비교할 때 VC가 약세 요인이 된 것은 커뮤니티가 핵심이고, 규모는 벤처 캐피탈이 아니라 일반인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을 프로젝트가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투자자가 아닌 일부 투자자도 이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로빈후드, 우버, 슈퍼 휴먼(Super Human)의 엔젤 투자자인 제이슨 칼라카니스(Jason Calacanis)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사기꾼’ VC가 암호화폐를 개인 투자자에게 덤핑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VC가 순진한 소매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이러한 토큰 중 다수가 유가증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의로 ‘가치 없는’ 토큰을 판매하는 회사와 VC는 심각한 소송에 직면할 것이며 심지어 형사 고소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 벤처 캐피털을 아예 건너뛸 수는 없을까? 일반 투자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공정한 발행’을 말하는 프로젝트 토큰이 정말 ‘공정한가’하는 문제다.
아논은 “공정한 발행은 실제 그닥 공정하지 않다. 실제 (토큰) 발행 전에 팀과 내부자가 이미 알고 있고 유동성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이민도 동일한 회의론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의 토큰 발행이 진짜 공정한 지에 의문이 든다면서 “왜냐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조작할 수 있고 상호 덤핑도 늘상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에티엔은 동의하면서도 “공정한 시작이든 아니든 돈을 벌려는 동기는 여전히 동일하다. 개인 투자자도 무고한 희생자가 아니며 비교적 적은 자금을 가진 도박꾼”이라고 말했다.
사치는 공정한 발행이 “기존에 암호화폐 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들의 프로젝트에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인터뷰 참여자들은 ‘공정한 (토큰) 발행’이 경험이 없는 창업자와 초기 자본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엄청 어려운 게임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것 같다. 특히 아논이 말했듯 프로젝트가 “포크 또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아논은 “앞으로 다가올 강세장에서는 진짜 공정한 시작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VC가 초기 자본 투입, 멘토링, 네트워킹 기회 제공, 심지어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신뢰도 제고에 이르기까지 암호화폐 공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감히 말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 VC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나
비트코인 가격 대 암호화폐 프로젝트 투자금 차트에서 알 수 있듯이, 모금된 금액은 가격을 설정하기보다는 비트코인 가격 추세를 따르기 때문에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요령 있는 VC는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고 하락장이 끝날 때 추가 베팅을 통해 다음 강세장에서 이익실현을 할 것이다.
사치는 “모든 VC가 시장 동향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일부 VC, 특히 미국 VC는 시장 동향에 따라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많은 아시아 VC는 그렇지 않으며 실제로 하락장에서 더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활발히 움직인다”고 말했다.
아논은 “일부 프로젝트는 약세장에서 투자를 받았지만 자신들에게 의미있는 시기를 골라 투자 유치를 발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VC가 투자한 토큰의 락업은 현재 전략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락장 때 투자하면 토큰 락업이 만료된 뒤 토큰 상승 기간에 매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VC가 강세장에 투자한 경우 약세장이 끝날 때까지 매도를 기다려야 할 수 있고 이는 이미 침체된 알트코인 가격을 더욱 억제할 수 있다.
타이밍 선택은 쉽지 않다. 아논은 “TGE(토큰 생성)에는 일반적으로 락업 해제 타이머가 활성화되는 시점이 있기 약간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다만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시장에 출시할 좋은 시기만 잘 선택하면 락업 구조가 좋다면 락업 해제 후 돈 버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치는 폴리곤 벤처스가 프로젝트 품질에 따라 락업 해제 시간을 고려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짧은 락업 기간을 선호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토큰을 관리하려면 거래소 상장, 마켓메이커 등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팀이 암호화폐 기반일수록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며 팀의 암호화폐 친화 정도 역시 중요하다고 봤다.
그렇다면 VC로부터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
에티엔은 매우 간단히 말한다. “아무것도 배울 게 없다. VC의 말도 안되는 헛소리에 귀기울지 마라. 나는 95%의 VC에게 침묵하라고 권고한다. 나는 하워드 막스, 나심 탈레브, 워런 버핏, 스탄 드러켄밀러, 에드 토프, 짐 사이먼즈, 마크 스피츠나겔과 같은 늙은 여우들의 조언을 강력히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마이크 모리츠나 더그 리온처럼 30년 경력의 벤처 캐피탈리스트의 말만 듣는다. ‘운 좋게 토큰 XYZ로 돈을 벌었고 너에게도 그런 투자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하는 인간들은 최악이다. 그들에게 배울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논의 조언 역시 간단하다.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심지어 일부 VC도 이런 실수를 해서 큰 손실을 입었다”면서 “암호화폐 사용자로서 우리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피드백과 제안 등을 공유하기 위해 열심이어야 한다. 이는 고급 사용자에게 매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사치는 “올바른 질문을 하고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실제 사용자 지표가 맞는지, 창립자가 합법적인 사람인지 등 실용적인 것들을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은 프로젝트가 대기업과 파트너십 제휴를 했다거나 하는 발표를 할 때마다 뒤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거래를 완성하는 데는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을 많은 관련 내용이 숨어 있다. 토큰 스왑, 증정, 인센티브 같은 것들이다. 일반 투자자는 항상 프로젝트의 매력이 유기적인지 여부를 생각하고 그에 상응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이민도 위험 관리를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기술을 향상시키고, 읽고, 학습하는 걸 멈추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디파이는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당신이 관심 있는 영역을 이해하면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전체 프로젝트에 대해 추론하고 가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치는 인터뷰가 끝난 뒤 이런 글을 X에 올렸다.
“투자 기회는 유동적 시장과 민간 시장에서 훨씬 더 많다. 지금은 사야 할 때.”
우리 일반 투자자들도 암호화폐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일반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벤처 캐피털(VC)도 정서(Fomo) 때문에 인기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쫓지 말고 스스로 연구를 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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