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제인 기자] “더 큰 가방을 가져오세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암호화폐 거래소 가란텍스(Garantex)에는 루블과 달러를 입금하고 테더를 받으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가란텍스 사무실 앞에는 몇 시간 동안 줄이 늘어져 있었다. 한 사용자가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소연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약 7500 명 회원이 있는 텔레그램 방에 “큰 가방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 금융당국이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가란텍스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고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가란텍스는 2019년 설립된 러시아 거래소다.
# 우크라이나 전쟁 후 급부상
가란텍스는 모스크바 랜드마크 중 하나인 페더레이션타워에 입주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은행을 통해 현금을 해외로 옮길 수 없게 된 러시아 부호, 범죄단체가 주요 고객이다. 러시아어로 가란(гаран)은 보증이라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서방은 러시아 은행을 제재했다. 돈이 묶인 러시아인들은 암호화폐를 이용해 자금을 이동시켰다. 가란텍스가 그 창구 역할을 했다.
바이낸스도 러시아에서 ‘활발한 영업’을 했다. 미국 법무부의 견제와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바이낸스는 지난달 러시아 사업을 매각했다.
가란텍스는 최근 거래량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하마스와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가란텍스에 송금된 20억 달러 중 3분의 1이 범죄와 관련된 단체에서 나온 것이다.
# 미국과 러시아 금융당국이 모두 감시 중
가란텍스는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이다. 러시아 당국도 가란텍스을 압수수색하고, 고객 정보를 공유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가란텍스의 창립자는 인터넷 기업가인 스타니슬라프 드루갈레프(Stanislav Drugalev)와 전 모스크바 지역 의원이었던 세르게이 멘델레프(Sergey Mendeleev)다.
가란텍스는 설립 초기부터 러시아 사법당국의 요주의 대상이었다. 2020년 9월 러시아 경찰은 드루갈레프 자택을 급습했다. 드루갈레프는 자수한 후 경찰에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이듬해 2월 드루갈레프는 두바이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가란텍스 내에서 그의 죽음은 사고사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 두바이 등 해외 거점 활용
가란텍스는 미국 제재를 받기 직전 전산 인프라를 러시아로 이전했다. 제재 3주후부터는 아랍에미레이트 비트하우즈(Bithauz)와 파트너십을 맺고 영업을 계속했다. 비트하우즈는 두바이에 본사를 둔 엠칸 코인(MKAN Coin)이 운용하고 있다.
엠칸의 링크드인에는 ‘모스크바-두바이 송금’이라는 광고 문구가 올라와 있다.
2022년 10월 10일 가란텍스 본사에 러시아 무장 경찰이 들이닥쳤다. 사무실은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그러나 거래소 기능은 곧 정상화됐다. 올 여금 가란텍스는 암호화폐로 부동산을 구매하는데 도움이 줄 수 있는 태국의 새로운 파트너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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