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충돌의 중동 전쟁 확대 우려에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금과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상황이 악화될 경우 현재 90달러에 재진입한 유가가 단기간 100~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역시 닷새만에 1350원대로 올랐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신사들의 연이은 비둘기파 발언이 상단을 제약하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87.69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4.78달러(5.8%) 오르며 지난달 3일(89.23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4.89달러(5.7%) 상승한 배럴당 90.89달러로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4월 이후 일일 최대 상승폭이다.
중동지역 내 군사적 충돌 확대 우려가 원유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에 유가가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13일(현지시간) 며칠 내 대규모 군사작전이 이뤄질 것이라며 대피할 것을 요구하며 공중전 위주로 전개되던 분쟁이 지상전으로 바뀜도 동시에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중동 전쟁으로의 확대 우려도 커졌다. 1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의 이란 대표부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며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란의 직접 개입을 배제할 수 없다” 고 언급하며 확전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이 이번 분쟁에 대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할 경우 이란의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고, 이란이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봉쇄할 경우 각국은 원유 수급에 큰 차질이 빚으며 유가 급등으로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분쟁 확대로 유가가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바드 오지 이란 석유부 장관은 최근 외신 인터뷰를 통해 중동 상황을 고려할 때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델라라 라보뱅크 글로벌에너지 전략가 역시 “이번 분기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외신은 이란 참전이 현실화하면 국제유가는 현재보다 배럴당 64달러 상승한 150달러 선을 넘어서는 ‘오일 쇼크’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팔 충돌의 중동 전쟁 확대 우려가 높아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뚜렷해진 상태다. 지난13일(현지시각)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1.82%포인트 하락한 4.627%를 기록했고, 금 가격 역시 3.42% 오른 1932.82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반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와 나스닥은 각각 0.5%, 1.23% 떨어졌다. 코스피는 지난 13일 0.95% 하락한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 현재 -0.49% 내린 2444.34를 기록 중이다.
달러 역시 고공행진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에도 105선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달러인덱스는 지난 12일 106선 중반으로 올라섰다. 이 영향으로 원·달러는 지난 13일 11.5원 올라 1350.0원을 기록한 후 이날 오전 9시30분 현재에도 1351.8원으로 135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높아진 안전자산 선호에도 원·달러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미 연준의 긴축 우려가 줄어들서다.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긴축 장기화 시사에도 중동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급부상하고 있다.
연준 인사들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중동전쟁으로 금리 인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발언한데 이어 최근에는 다니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가 “장기금리 상승 등에 경제가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 추가 인상이 필요 없을 수 있다”고 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이 미국 시장금리를 낮추며 미달러 강세 일방 통행을 가로막았으나, 주변국 확전 가능성 등 향후 행보를 쉽게 예단할 수 없는 변수”라면서 “주중 미국 경제지표 및 연준 인사 들의 발언에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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