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블락은 암호화폐 아이콘(ICON)의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한 아이콘 재단이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지난 4월 애드포스 인사이트(AD4th Insight)와 공동으로 설립한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다.
오현석 디블락 대표는 디블락 설립 때 합류해 지난달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0여년 전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이후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 근무하다 GS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겨 벤처투자 심사역을 담당하게 됐다.
당시 해외와 국내에 고루 투자하며 스타트업들을 많이 만난 것이 지금의 단초가 됐다고 한다.
“벤처투자를 담당하다보니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시장이 무섭게 크고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업무의 특성 상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부가 장려되고 있어 관련 시장을 공부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한 투자가 주로 이뤄지는 시장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지분 투자는 업계에서 선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다 싶은 블록체인 업체들은 투자를 검토하고 결정하는 기간 동안 이미 다른 투자자로부터 자금모집을 완료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핫하고 무섭게 돈이 몰려드는 상황이었다.
오 대표는 “블록체인이 인터넷과 모바일처럼 ‘빅웨이브’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마침 디블락에서 제안이 왔는데 이쪽 시장을 바닥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고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해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 되도록 많은 프로젝트에 투자할 것
디블락은 올 4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에어블락, 스테이지, 위블락, 스핀프로토콜, 템코 등의 업체에 투자를 진행했다. 향후 3년간 300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300개라는 숫자는 일주일에 2개 업체씩 투자를 진행한다고 계산했을 때 잡은 목표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벤처캐피털(VC)과 다른 것이 유동성입니다. VC에서는 보통 5~10년 이상 투자자금을 회수하기가 힘들지만,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전세계 거래소 어디든 상장만 되면 바로 토큰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디블락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지만 주로 한국에 집중해 투자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한국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을 때 무조건 제일 먼저 찾아오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오 대표의 일과는 쉴 틈이 없다. 현재 디블락의 문을 두드리는 업체가 100개가 있다면 그 중 90곳 이상은 직접 만나다보니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2시를 넘겨 퇴근하는 일이 보통이다. 주말에도 각종 블록체인 행사에 참가한다.
그는 네이버 초창기 멤버인 홍준 애드포스 인사이트 대표와 양석원 전 디캠프 대표가 진행하는 ‘불금의 아이콘’ 데모데이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행사에서 우수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선정해 투자도 이뤄진다.
“금요일 밤에 열리는 이런 행사에 참여할 사람이 많을까 싶었는데, 놀랄만큼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200명 이상이 참석하고 매번 10개 이상의 팀들이 지원을 하고 있죠.”
이렇게 다양하게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 접점을 만드는 것은 시장이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슈퍼스타를 하나 잡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시장이 너무 초기이기 때문에 어떤 곳이 잘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여러 영역의 좋은 팀, 가능성 높은 팀을 선별해 씨를 많이 뿌리면 생태계도 활성화되고 펀드 수익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이름 들어본 기업들은 다 만나봤다”
블록체인을 하겠다고 오 대표를 찾아오는 곳들은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다양하다. 스타트업부터 중소기업, 전통적인 제조업체들, 중견·대기업들까지 ‘사람들이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기업들은 다 만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최근 세계 최대 블록체인 행사인 ‘뉴욕 블록체인 컨센서스’에 갔다와서 더욱 큰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기존 투자은행(IB), 헷지펀드, VC들이 다 이쪽에 있더군요. 블록체인이 미래라고 하는데 이미 플레이어들은 다 들어와 있는 겁니다.”
그는 블록체인을 대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찬스라고 봤다. 예전에는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이더라도 대기업의 도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ICO를 통해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대기업에 끌려다니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괜찮은 블록체인 팀을 선별하는 기준은 기존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커머스·광고·엔터 등 각 도메인에서 얼마나 역량을 갖고 있는가, 소프트 엔지니어의 기술력이 얼마나 훌륭한가가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블록체인은 ‘토큰 이코노미’가 잘 짜여져 있어야 한다고 봤다. 각각 플레이어에 대한 인센티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를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암호화폐가 건강하게 순환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블록체인 전문가라고 해도 1년도 안해본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부하고 배우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죠. 다만 고정관념이 없고 스폰지처럼 새로운 것을 잘 빨아들이는 사람이 업계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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