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채 금리의 가파른 급등으로 일부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생하면서 인플레이션 불안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거시 경제 여건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19일(현지시각)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1월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긴축 정책에 마침표를 확실히 시사할 것 같지도 않다면서, 파월 의장이 이러한 메시지를 이번 주 연설에서 미리 시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9월 20일 연준 워싱턴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 9월 이후 돌발 변수들 산재
지난달 20일 금리 동결 결정이 나온 뒤 시장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미국의 고용 보고서를 비롯한 경제 지표들은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식히기에는 여전히 뜨거운 경제 상황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장금리인 미국채 금리가 폭등세를 연출한 점은 침체 우려를 키우는 동시에, 연준의 금리 인상이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비둘기파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ME 트레이더들은 다음 달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0.1%로 보고 있다.
지난주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지금은 중동 전반으로까지 전운이 확산될 위기로, 전문가들은 지정학 리스크로 인한 유가 상승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유가가 뛰면 연준의 인플레 파이팅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 의회는 지도부 부재 상황에서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리스크를 다시 마주하고 있다. 미 하원 의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임시 예산안 효력이 만료되는 11월 중순까지 정식 예산안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셧다운은 불가피한 상태다.
근원 인플레이션 추세도 둔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에너지와 주거비용으로 인해 9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7% 올라 월가 전망치 각각 0.1%포인트 웃돌아 인플레 파이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9월 FOMC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면서, 지난주 일부 연준 위원들이 미국채 금리 급등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낮춘다고 발언하는 등 “연준은 이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간 기준 10월 17일 오후 기준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상 가능성 [사진=CME그룹 데이터] 2023.10.17 kwonjiun@newspim.com |
◆ 매와 비둘기 둘 다 잡아야 하는 파월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서 파월 의장은 오는 19일 뉴욕경제클럽 토론에 참여한다.
다음 달 FOMC를 앞두고 오는 21일부터 블랙아웃(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금지하는 기간)이 시작되는 만큼 이번 파월 의장 발언은 가장 굵직한 시장 재료로 여겨지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파월이 최근 미국채 금리 인상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발언을 내놓을지, 또 통화정책이 중대 변화 전환점을 맞았다는 점을 시사할지 여부를 주시 중이다.
연준이 오는 11월 금리를 동결한다면 작년 3월 긴축 사이클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2차례 연속 동결을 하게 되는데, 로이터통신은 파월 의장이 이번 연설서 동결 전망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향후 추가 긴축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신호를 주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자칫 잘못하면 시장에 섣부른 금리 인하 내지 양적긴축(QT) 계획 변경 등과 같은 기대를 심어줄 수도 있다. 이 경우 11월 실제 통화정책 결정이 기대와 다르게 나온다면 시장 충격은 배가될 위험이 있다.
통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진행형이고, 하원의장도 부재한 의회 상황을 고려해 파월 의장이 그만큼 이번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