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에서 여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지만 대출금리는 상승세다. 대출금리 흐름과 관련해 기준금리가 의미를 잃은 분위기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2월부터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여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해 기준금리를 총 3%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4.14~6.669%, 변동형 금리는 연 4.54~7.134%로 집계됐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7%를 넘어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대출금리는 ‘V자’ 곡선을 그렸다. 앞서 5월까지 하락했으나 6월부터 반등해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뛰면서 대출금리를 밀어올렸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준거금리로 쓰이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은 4일 4.795%로 연고점을 찍은 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날에는 4.717%를 기록했다. 8월 금통위 당시(4.347%)와 비교하면 0.37%포인트가 상승했다.
미국발 ‘금리 발작’과 은행채 발행 증가 영향이다.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전망으로 인해 국채금리가 뛰었고 국내 은행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에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한도를 폐지했다.
지난해 조달한 고금리 예금 만기에 대응해 은행권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변동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상승했다. 16일 공시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전월 대비 0.16%포인트 상승했다. 1월(3.82%)과 동일한 연고점이다. 상승폭도 올해 들어 가장 크다.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해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국민은행은 11일, 우리은행은 13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인상했다. 농협은행은 17일부터 주담대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축소했다. 하나은행은 1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포인트 줄였다. 신한은행도 관련 조치를 검토 중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대출금리 하락은 요원하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고금리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긴축 기조를 예상보다 길게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이미 예상됐으며 시장은 미국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시그널을 보이기 전까지 대출금리는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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