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 분쟁의 확전 우려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 여파까지 더해지며 우리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코스피는 17년만에 2400선 아래로 떨어지며 파랗게 물들었고, 원·달러도 다시 1360원을 넘보고 있다.
30일 오전 9시30분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36.92포인트(1.53%) 하락한 2378.88에 거래 중이다. 지수가 장중 2400선을 밑돈 건 지난 3월 27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코스닥은 전일대비 11.01포인트(1.40%) 내린 773.03에 거래 되고 있다.
증시 부진은 중동전 확대 우려에 위험자산 기피가 짙어지고, 파월 의장의 발언이 긴축 기능성을 시시한 것으로 풀이되면서다. 9일(현지시각) 파월 의장은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험난하고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저와 동료들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겠다는 약속에 하나가 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선 경제 성장세 둔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려면 경제성장세가 현 상태보다 냉각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전날 나온 미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해석하면서도 현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오후 5시 직후(미 동부시간 기준) 연 5.001%로, 5%선 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스라엘 지상전 임박 긴장감에 국제유가 오름세도 고물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 집결된 지상군에게 진입을 위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말하며 중동 분쟁 확전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19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05달러(1.19%) 상승한 배럴당 89.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9월 29일(90.79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브렌트유 선물은 88센트(1%) 상승한 배럴당 92.38달러에 마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는 점이 국내 증시와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코스피는 전저점인 2400을 테스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도 오름세다. 다만 파월 의장의 발언이 추가 금리 인상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확실하게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에 달러 강세가 제약을 받는 모습이다.
2주 뒤에 열리는 미국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금리 동결 전망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서는 연준이 11월에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9.6%로 전일(93.4%)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106.253으로 전일대비 0.312포인트 떨어졌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는 장중 한때 1359.3원을 터치한 후 9시26분 현재 전일대비 1.3원 오른 1358.7원에 거래 중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장기 국채금리 상승이 증시 하락 재료로 소화되면서,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는 대외 악재에 취약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달러화 약세에도 위험선호 심리 부진으로 제한적인 상승 시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 달러화가 조정을 보이고 역외환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미 국채 금리 상승과 뉴욕증시 하락 등 투자심리 위축에 135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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