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최근 시중은행의 달러예금이 다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 격화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20일 기준 577억9143만 달러로 집계됐다. 앞서 5대 은행 달러예금은 6월말 586억0903만 달러에서 7월말 627억6384만 달러로 증가한 바 있다.
이후 8월말 616억1771만 달러에 이어 9월말 544억2121만 달러로 급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환차익 시현에 나선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달러예금이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달러예금 잔액이 약 6.2% 증가했는데, 은행 중에서는 11.6% 급증한 곳도 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20일 기준 1조291억7259만 엔으로 집계됐다. 앞서 엔화예금 잔액은 ▲6월말 9372억9874만 엔 ▲7월말 9803억2945만 엔 ▲8월말 9950억8644만 엔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환율이 내려가면서 저가 수요가 몰려 9월말 1조335억1845만 엔으로 1조엔을 돌파했고, 이달 들어 소폭 감소세로 전환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1.3원 오른 1353.7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앞으로 유가 추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1400원대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90달러 선을 웃돌면 미국 국채 금리 반등 등으로 달러 강세 폭이 확대될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군사 충돌이 주요 산유국들로 확산되지 않는 한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유가 폭등은 없을 전망”이라면서도 “유대교와 이슬람교 사이에서 고조되는 종교 갈등은 유가에서 더욱 강한 하방경직성을 형성해 단기적으로 90달러선 고유가 환경을 지속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황 연구원은 “중동 정세 불안 속 11월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 정기 총회에서는 내년 증산 전환 결정이 어려울 전망”이라며 “이는 전 세계 석유 시장 수급상 공급우위 전망을 후퇴시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업 원유재고 증가 가능성을 제한해 국제 유가의 하방경직성을 지지한다. 11월로 예상해온 유가 정점 확인도 일부 지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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