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미국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내부 분열이 점입가경이다. 당내 강경파 주도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축출된 후 3주 넘게 후임자를 찾지 못했는데, 이날 뽑힌 세 번째 후보도 4시간 만에 자진해서 물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 선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와 CNN은 톰 에머 공화당 원내총무가 당내 하원의장 후보로 뽑힌 당일 바로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하원 공화당은 이날 오전부터 내부회의를 열고 차기 하원의장에 도전장을 낸 7명 의원들을 상대로 비밀투표를 진행했다. 투표는 한 사람이 과반을 득표할 때까지 되풀이 됐는데, 에머 원내총무가 5차례 투표에서 117표를 받으면서 승자가 됐다.
그러나 적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이 에머 원내총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하원 전체 투표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뒤따랐다.
에머 원내총무는 주의회를 거쳐 2015년 연방하원에 입성했고, 현재 공화당 서열 3위에 해당한다. 다만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등 친트럼프 또는 극우 성향이 짙지는 않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던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 에머 원내총무를 “이름 뿐인 공화당(RINO)”이라고 표현하며 “공화당 유권자들과 완전히 동 떨어져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WP에 따르면 에머 원내총무는 이후 내부 회의를 진행하다가 돌연 회의장을 뛰쳐나가 차를 타고 의회를 떠났다고 한다. 이후 에머 원내총무가 후보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보도가 뒤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난 등으로 내부 반대가 높아지자 스스로 부담을 느껴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에머 원내총무는 매카시 의장의 뒤를 잇기 위해 공화당이 뽑은 세 번째 하원의장 후보였다.
첫 후보 스티브 스컬리스(루이지애나) 원내대표는 강경파 반대에 자진사퇴했고, 두 번째 후보 짐 조던(오하이오) 법사위원장은 3차례 전체투표 끝에 강제로 사퇴처리됐다.
공화당은 조던 위원장 교체 결정 이후 나흘 만에 새 후보를 뽑았지만, 다시 네 번째 후보를 찾아야하는 입장이다.
미 하원은 지난 3일 매카시 전 의장이 해임되면서 사실상 작동을 멈췄다.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일어났음에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고, 내년 예산안 합의도 진행하지 못해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에 공화당 내부에서는 또 다시 임시방편으로 현재의 패트릭 멕헨리 의장대행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