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 확정으로 카카오뱅크의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대주주인 카카오와 지분 처분 명령을 내리는 금융당국 간 법정공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그간 금융회사 대주주들은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거나 지분 처분 명령을 받을 때마다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대법원까지 사안을 끌고 갔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앞서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막기 위해 카카오가 시세조종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금융감독원 특사경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을 소환했다.
이날 특사경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의장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배재현 카카오투자총괄대표(CIO)는 시세조종 혐의로 법원에 구속됐다.
시세조종 행위자가 김 전 의장과 관련 임원들인지, 카카오 법인인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만약 시세조종 처분이 김 전 의장 ‘개인’뿐 아니라 카카오 ‘법인’에도 적용된다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직접 가진 대주주인 만큼, 향후 해당 법인이 벌금형 이상을 처분받으면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 대주주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게 될 경우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되고, 해당 대주주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일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대주주 자격이 유지된다.
만약 문제를 기일 내 해결하지 못하면 6개월안에 대주주 보유 지분 중 10%를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해야 한다.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이 카카오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법인(카카오) 처벌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카카오뱅크의 매각 가능성은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매각이 현실화하기까지는 복잡다단한 사법절차와 행정소송이 남아있는 만큼 3~5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금감원·검찰의 보강 수사와 함께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이라는 형벌이 최종적으로 확정돼야 한다. 벌금형 이상이 확정돼 금융당국이 지분 처분 명령을 내리더라도 카카오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상상인계열저축은행은 강제 매각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상상인과 유준원 대표는 상상인이 신용공여 의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서도 거짓으로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공매를 진행한 혐의로 2019년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았다.
또 불법 대출 혐의도 받아 과징금 15억2100만원이 부과됐고 유 대표에게는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상상인은 이에 불복해 금융당국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약 5년간 법정공방을 벌이다 지난 5월 마침내 대법원이 금융위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최근 금융위는 상상인 대주주에 지분 강제매각 명령을 내렸지만, 상상인은 다시 금융당국에 행정소송을 진행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다.
이보다 더 이전에는 금융당국과 이호진 태광그룹 전(前) 회장이 고려저축은행 주식처분명령을 두고 법정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매각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거쳐야 할 절차들이 많다”며 “카카오 법인을 양벌규정으로 엮어 기소해야 하고 이후 대법원까지 장기간 법리를 다퉈야 한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승소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더라도 여기서 다시 행정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면 사실상 지분을 매각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대주주가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 받은 전력을 지워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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