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미국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하면서, 장기 금리 급등이 미국 경제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장기 금리 급등이 경제 탄력성을 위협하고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몇 주 동안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최근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는 다른 정부 부채나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자동차 구매, 기업 대출 등 차입 비용을 증가시켜 경기 둔화 위협 요인이 된다. 특히 금리가 상승하면 연방 재정 적자와 부채가 급증해 정부의 차입 비용을 증가시킨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일년 반 넘게 단기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지만, 지난 한 해 경제는 강세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 장기 금리 상승이 지속되면 연준이 자신하는 경기 ‘연착륙'(경기 침체 없는 인플레이션 진정)이 어렵게 되고, 오히려 더 광범위하고 깊은 경기침체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수석 경제학자 로저 알리아가디아즈는 “시장은 장기 금리가 사상 최고로 오르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며 “우린 여전히 경기 침체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금리 상승은 올해 고용 시장 호조와 더불어 경제를 견인한 소비자 지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 미국 노동시장은 9월 한 달 동안 고용이 급증하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등 호조를 보였으며, 소매 판매도 강세를 보였다.
금리가 높아지면 달러가 더욱 강세를 보여 미국 수출업체들의 제품 가격이 상승해 타격을 입게 된다. 주택시장에서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져 침체된 하방 압력이 강화된다.
부동산 데이터 제공업체 브라이트 MLS의 수석 경제학자 리사 스터트반은 현재 8%에 육박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잠재적 주택 구매자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문턱이 되고 있다며 “주택 투자 및 관련 구매가 둔화되면 전반적으로 경제 성장이 억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금리 장기화는 연방 예산에도 압박이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마감된 회계연도에서 공공 부채 이자에 대한 연방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20억달러(약 220조원) 증가했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2053년까지 연방 부채 상환액이 GDP 대비 6.7%까지 늘어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33년 평균 3.8%, 2053년 평균 4.5%라는 전제 아래 예상치로,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정부의 차입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공화당 참모를 지낸 미국 싱크탱크 맨해튼 정책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브라이언 리들은 “금리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연방 예산에 잠재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예산처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웬디 에델버그는 결국 정책 입안자들이 차입 비용을 받아들이거나 세금 인상, 지출 축소 중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자 비용을 조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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