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 테더가 자금세탁, 테러 자금원, 제재 회피와 관련된 조사 대상이 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더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거래 규모가 가장 큰 암호 화폐다. 달러와 1대1로 연동돼 있는 스테이블 코인 테더가 불법 자금 거래에 많이 활용되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테더는 하마스의 자금원, 중국 펜타닐 공급자 거래, 북한 핵개발 자금원, 제재 대상 러시아 부호들이 제재 대상 베네수엘라 석유 대금을 치르는데 사용됐다.
테더의 유통규모는 840억 달러로 암호 화폐 역풍에도 가치가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대형 암호화폐 회사들이 잇달아 도산한 “암호 화폐 겨울”로 전 세계 암호 화폐 시장 규모가 지난해 4월 2조1000억 달러에서 27일 현재 1조3000억 달러로 줄어든 상태다.
또 금리가 치솟으면서 테더가 안전 투자 자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테더 투자자들은 이자를 내지 않으면서도 보유 수익이 빠르게 늘고 있다. 테더 발행사 테더 홀딩스는 고금리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회사는 미 재무부 채권 수십억 달러 어치를 보유한 22번째 최대 투자자로 멕시코와 스페인보다 보유량이 많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계기로 테더 등 암호 화폐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를 지원한 혐의로 압류한 4100만 달러 규모 블록체인 지갑들을 분석한 결과 송금된 암호 화폐의 99%가 테더였다.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은 연초 지지자들에게 비트코인 대신 테더를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테더는 지난 2021년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가 수출한 50만 배럴의 대금으로도 사용됐다. 이 거래에 관여한 두바이 거주 러시아인 유리 올레호프는 “모두가 테더를 사용한다. 매우 편리하다”고 썼다. 올레호프가 보낸 메시지는 미 정부가 제재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의 증거 일부다.
이달초 미 법무부가 펜타닐 거래 혐의로 중국 회사 8곳과 직원 12명을 기소하면서 이들이 암호 화폐로 자금을 거래한 것이 밝혀졌다. 120만 달러 상당을 테더와 비트코인으로 수백 차례 거래한 것이다.
연초 미 법무부가 기소한 북한 핵프로그램 관련 사건에서도 테더가 이용된 것이 밝혀졌다.
북한 군수산업부 소속 직원이 제재를 피해 핵프로그램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프로그래머로 외국 회사에 위장 취업하면서 보수를 암호화폐로 받았다. 이들은 보수를 테더로 받거나 테더가 아닌 다른 암호 화폐로 받은 경우 즉시 테더로 환전해 제재 대상인 북한 무역은행에 송금했다. 이렇게 송금된 테더가 720만 달러에 달한다.
그밖에 미 법무부가 지난해 기소한 러시아 암호 화폐 거래소 가란텍스도 거래 대금의 80%를 테더로 거래했다.
이에 따라 테더에 금융비밀보호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상원 금융위원회 산하 디지털 자산 소위원장 신시아 러미스 상원의원은 최근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테더에 대한 수사를 가속화하도록 촉구했다.
테더는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 화폐와 달리 중앙화 돼 있어 테더 발행사가 언제든 테더를 보유한 지갑을 동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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